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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모든 이야기는 양심없는 무단 수집을 거부합니다. ⓒMur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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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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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4 (Sat)
<원문 링크>



pandora1.jpg


 제 고향에 전해지던 [판도라]라고 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어떻게 읽는 지는 결국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들 사이에서는 [판도라]라고 불렸습니다.
 
※역자 주: 일본어는 특히 명사(名詞)에 있어서 글자에 임의의 음을 붙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작명자의 의지에 따라 'xx'라고 쓰고 'oo'라고 읽을 수 있는 것이죠.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조용하고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달리 놀 만한 곳도 없는 한적한 마을이었지만, 단 하나 몹시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마을 외곽,  논밭이 끝없이 이어진 길에, 덩그러니 서 있는 한 채의 빈집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은 듯 몹시 낡아서, 후줄근한 촌동네에서도 특히 더 낡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뿐이었다면 단순히 낡은 빈 집으로 끝났겠지만, 눈길을 끄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부모님과 마을 어른들의 과민 반응.
 
그 빈 집 이야기를 하려고만 해도 엄하게 혼나고, 때로는 매를 맞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랬고, 저도 그랬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빈 집에는 어째서인지 현관이 없었다는 것.
 
창문은 있었지만, 출입구가 되는 현관이 없었습니다.
 
이전에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면, 어떻게 드나들었던 걸까?
 
굳이 힘들여 창문으로 드나들었던 걸까?
 
그런 의문이 흥미를 불러 일으켜,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은 그 집에 [판도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판도라]라는 것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아이들은 뭐가 있는 지 알아내 주겠노라고 그 집을 탐색해 보려고 했지만,
평소에 그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부모님이 몹시 화를 냈던 기억이 있었기에, 좀처럼 실행하기는 힘들었습니다.
 
장소 자체는 아이들끼리도 쉽게 갈 수 있고, 인적도 드문 곳이었습니다.
 
아마, 다들 한 번은 그 빈 집 바로 앞까지 가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당분간은 그런 분위기만을 즐기며, 아무 일 없이 지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교에 올라가고부터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어떤 남자아이가 판도라에 흥미를 가지고, 꼭 가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남자아이를 A라 하겠습니다.
 
A군의 집은 어머니가 원래 이 마을 출신인데, 타지에 시집갔었지만 이혼을 하고 친정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A군 자신은 이 마을이 처음이라, 판도라에 대한 이야기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그 당시 나와 친했던 B군,C군,D양 중에서 B군과 C군이 A군과 친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그룹에 끼게 되었습니다.
 
5명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우리들이 당연한 듯 판도라라는 말을 꺼냈기에, 
 
궁금했던 A군이 흥미를 가지게 된 것이었습니다.
 
"우리 엄마랑 외할머니도 여기서 태어나셨는데, 그 얘기에 대해 물으면 나도 혼날까?"
 
"혼나기만 하는 정도가 아니야. 우리 엄마아빠는 장난아니게 때린다구!"
 
"우리도. 왜 그런 지 몰라."
 
A군에게 판도라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다들 부모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충 설명을 끝내자, 가장 궁금했던 '빈 집에 무엇이 있을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뭐가 있는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몰라. 들어간 적도 없고, 물어보면 화만 내고. 알고 있는 건 부모님들밖에 없을 걸?"
 
"그러면, 뭘 숨기고 있는 지 우리들이 파헤쳐 보자!"
 
A군은 의기양양하게 말했습니다.
 
부모님께 혼나는 게 싫었던 저와 다른 세 명은, 처음엔 멀뚱했지만 A군의 기세와, 
 
그 때까지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던 울분을 풀고 싶었기에 결국 다들 동의했습니다.
 
그 후에 회의를 해서, 함께 놀 때에 자주 따라 오던 D양의 여동생도 함께 가고 싶어했기에
 
6명이서 일요일 낮에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습니다.
 
당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빈 집 앞에 집합,
 
 어째서인지 다들 들뜬 마음으로 각자 륙색에 과자를 가지고 왔습니다.
 
앞에 말했듯이 문제의 빈 집은 논밭에 둘러싸인 곳에 덩그러니 서 있고, 현관이 없습니다.
 
2층 집인데, 창문까지 오르지 못할 것 같았기에, 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층 창문을 깨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유리창 변상하는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지."
 
그렇게 말하고 A군은 힘껏 유리를 깨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무 일이 안 일어난다고 해도, 이걸로 분명 혼나겠구나.. 생각하면서 다들 그 뒤를 따랐습니다.
 
그 곳은 거실이었습니다.
 
왼쪽에는 부엌, 정면 복도로 들어가 왼쪽에는 욕실과 막다른 곳에는 화장실, 
 
오른쪽에는 2층으로 가는 계단과 원래 현관이었을 공간이 있었습니다.
 
거실이기도 하고 밝았지만, 현관이 없어서인지 복도 쪽은 어슴푸레했습니다.
 
낡은 외관에 비해, 안은 생각보다 깔끔..했다기 보다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가구 같은 물건은 하나도 없고, 사람이 살았던 흔적도 없었습니다.
 
거실도 부엌도 널찍했고 평범했습니다.
 
"아무것도 없네."
 
"평범하네~ 뭐라도 남겨져 있을 줄 알았더니."
 
아무 것도 없는 거실과 부엌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남자아이 3명은 시시하다는 듯 가져 온 과자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비밀은 2층에 있다는 건가."
 
나와 D양과 D양의 여동생은 서로 손을 잡고 2층으로 가려고 복도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계단이 어디였더라.. 하고 복도로 나온 순간, 나와 D양은 심장이 멈출 것만 같았습니다.
 
왼쪽으로 이어진 복도에는 도중에 욕실이 있고, 막다른 곳에는 화장실에 있었는데,
 
그 사이쯤에 경대가 놓여 있고, 바로 앞에 버팀목같은 봉이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봉에 머리카락이 걸려 있었던 것입니다.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발처럼 머리의 형태가 이루어져 있다고 할까,
 
긴 머리를 한 여자의 뒷머리가 그대로 걸려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위치를 보아도, 일반적인 키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 쯤에 머리가 있을 법한 위치로 봉의 높이가 조절되어 있고,
 
마치 '경대 앞에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을 재현해 놓은 듯한 광경이었습니다.
 
순식간에 소름이 돋고, 저와 D양은  "이게 대체 뭐야?!"하며 가벼운 패닉 상태가 되었습니다.
 
뭔데 그래? 하며 복도로 나온 남자 아이 3명도 이런 광경에 아연실색하였습니다.
 
D양의 여동생만이 "저게 뭐야아?"하며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저게 뭐야? 진짜 머리카락인가?"
 
"몰라. 만져 볼까?"
 
A군과 B군은 그렇게 말했지만, C군과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말렸습니다.
 
"위험할 것 같으니까 하지마! 찜찜하기도 하고, 틀림없이 뭔가 있을 거야."
 
"그래, 하지 마!"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광경에 공포를 느끼고
 
우선 모두를 거실로 끌고 왔습니다.
 
거실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복도 쪽을 쳐다보는 것도 싫었습니다.
 
"어쩌지? 복도를 지나지 않으면 2층에는 못 가."
 
"난 싫어. 저런 거 너무 기분 나빠."
 
"나도 뭔가 위험할 것 같아."
 
C군과 나와 D양 세 명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보게 되어, 완전히 의욕을 잃었습니다.
 
"저게 안 보이도록 가면 괜찮아. 2층에서 뭐가 나온다고 해도, 계단만 내려오면 바로 출구잖아?
 
그리고 아직 대낮이고."
 
 
A군과 B군은 몹시 2층에 가 보고 싶은 듯, 부정적인 우리 3명을 재촉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어떻게 할 지 생각하던 중에, 문득 알아챘습니다.
 
"어라? D, 동생은?"
 
"어??"
 
모두들 깨달았습니다.
 
D양의 여동생이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유일한 출입구인 창문 앞에 있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갔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널찍하다고는 하지만, 거실과 부엌은 한 눈에 다 보였습니다.
 
그 곳에 있어야 할 D의 여동생이 없었던 것입니다.
 
"어디야? 대답 좀 해!!"
 
D양이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야, 혹시 위에 간 거..."
 
그 한 마디에 모두 복도를 바라보았습니다.
 
"말도 안돼! 왜??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D양이 울먹거리고 외쳤습니다.
 
"진정해! 일단 2층에 가 보자!"
 
상황이 상황인지라, 무섭다는 말을 하고 있을 여유도 없이
 
바로 계단을 달려 올라갔습니다.
 
"야, ㅇㅇ야!!"
 
"이젠 제발 좀 나와!"
 
다들 D양의 여동생을 부르며 계단을 올라갔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계단을 다 오르자, 방이 두 개 있었습니다.
 
두 개 다 방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우선 바로 앞에 있는 문을 열었습니다.
 
그 방은 바깥에서 봤을 때에 창문이 있던 방이었습니다.
 
안에는 역시 아무 것도 없고, D양의 여동생도 없었습니다.
 
"저 방이겠네."
 
우리들은 또 하나의 문으로 다가가 천천히 문을 열었습니다.
 
D양의 여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었습니다.
 
그 방의 중앙에는 아래층에 있었던 것과 똑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경대와 그 앞에 세워진 봉, 그리고 거기에 걸린 긴 머리.
 
이상한 공포에 휩싸여 모두 망연히 멈춰선 채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언니, 이게 뭐야아?"
 
갑자기 D양의 여동생이 말을 꺼내고, 그 다음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했습니다.
 
경대에 다가가, 3개의 서랍 중에 가장 위족의 서랍을 열었던 것입니다.
 
"이게 뭐야아?"
 
D양의 여동생이 그 서랍에서 꺼내 우리들에게 보여준 것...
 
그것은 붓같은 것으로 [판도라]라고 쓰여진 종이였습니다.
 
무슨 뜻인 지 몰라 D양의 여동생을 쳐다볼 수 밖에 없던 우리들.
 
이 때, 어째서 바로 움직이지 못했던 건 지, 지금도 알 수 없습니다.
 
D의 여동생은 거리낌없이 그 종이를 넣고 서랍을 닫은 후에,
 
그 다음에는 두 번째 서랍에 든 것을 꺼냈습니다.
 
아까와 완전히 똑같은 [판도라]라고 적힌 종이였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덜덜 떨고만 있었지만, D양이 정신을 차리고 동생에게 달려갔습니다.
 
D양은 울먹거리고 있었습니다.
 
"너 대체 뭐하는 거야!"
 
동생에게 화를 내고, 종이를 빼앗아 들고는 다시 서랍을 열어 종이를 넣어두려 했습니다.
 
이 때 D양의 동생이 종이를 꺼낸 후 바로 두 번째 서랍을 닫아버린 것이 문제였습니다.
 
당황한 탓인지, D양은 두 번째 서랍이 아닌 세 번째 서랍을 열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서랍을 연 순간, D양은 그 안을 바라본 채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안을 들여다보면서 미동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래? 뭔데??"
 
겨우 우리들은 움직일 수 있게 되어, 둘에게 다가가려던 순간,
 
쾅! 하고 큰 소리를 내며 D양이 서랍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어깨보다 조금 긴 자신의 머리카락을 입으로 가져가 우적우적 빨기 시작했습니다. 
 
"야! 왜 그래?"
 
"D, 정신 차려!"
 
다 함께 말을 걸어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저 자신의 머리카락을 빨아대고만 있었습니다.
 
무서웠는지 D양의 동생도 울어대기 시작하고 정말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야, 왜 이러는 건데?"
 
"몰라! 이게 대체 뭐야?!"
 
"어쨌든 밖에 나가자! 여기 있기 싫어!"
 
D양을 세 명이 데리고 나오고, 나는 D 양의 여동생의 손을 잡고 서둘러 그 집을 나왔습니다.
 
그 순간에도 D양은 계속 머리카락을 쩝쩝 빨아대고 있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어쨌든 어른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빈 집에서 가장 가까웠던 우리 집으로 달려가, 큰 소리로 엄마를 불렀습니다.
 
울어대는 나와 D의 동생, 땀에 절어 멍해 있는 남자 아이 세 명, 그리고 기행을 계속하는 D양.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 지 머리가 빙빙 돌고 있었을 때, 목소리를 들은 엄마가 나타났습니다.
 
"엄마!!"
 
울면서 사정을 설명하려 했는데, 엄마는 갑자기 나와 아이들의 뺨을 때리며 화를 냈습니다.
 
"너희들, 거기 갔지? 그 빈 집에 간 거지?!"
 
평소에 본 적 없는 엄마의 모습에,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너희들은 안에서 기다려. 바로 부모님들께 연락할 테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엄마는 D양을 안고 2층으로 데려갔습니다.
 
우리들은 시키는 대로 우리집 거실에서 그냥 멍하니 앉아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한 시간정도는 그 상태였다고 기억합니다.
 
모두의 부모님이 모일 때까지 엄마와 D양은 2층에서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이 모였을 때에 엄마가 거실로 내려와 단 한 마디,
 
"이 애들이 그 집에 가 버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웅성웅성거리기 시작하고 동요하며 이성을 잃었습니다.
 
"너희들! 뭘 봤어? 거기서 뭘 본 거야!!"
 
부모님들이 일제히 자기 자식을 향해 외치는 말들에,
 
우리는 머릿속이 새하얘져 대답할 수가 없었지만,
 
A군과 B군이 열심히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경대랑 머리카락같은 거.. 그리고 유리창을 깨서.."
 
"그거 말고는? 그것만 봤어?"
 
"그리고.. 무슨 말인 지 모를 말이 적혀 있는 종이..."
 
그 한 마디에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그와 동시에 2층에서 엄청난 비명이 들렸습니다.
 
우리 엄마가 당황하며 2층에 올라 가고 몇 분이 지났을 때,
 
엄마에게 안겨 내려 온 것은 D양의 어머니였습니다.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정도로 눈물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본 거야? D는 서랍 안을 본 거야?!"
 
D양의 어머니가 우리들에게 따지듯 물었습니다.
 
"너희들, 경대 서랍을 열어서 거기에 뭐가 있는 지 본 거야?"
 
"2층 경대의 세 번째 서랍 말이야. 봤어?"
 
다른 부모님들도 달려들었습니다.
 
"첫 번째랑 두 번째는 우리들도 봤는데, 세 번째를 본 건.... D밖에 없어요..."
 
 
그 말이 끝나자 마자, D양의 어머니가 엄청난 힘으로 우리들을 움켜쥐고 
 
 
"왜 말리지 않았어!! 
 
너희들 친구잖아?! 왜 안 말렸어!!" 하고 소리쳤습니다.
 
 
D양의 아버지와 다른 부모님들이 필사적으로 말리며 진정시켰고, 
 
잠시 후에 겨우 진정되었는지 D양을 데리고 다시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일단은 그 자리를 해산하고, 우리 네 명은 B군의 집으로 옮겨 B군의 부모님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희들이 간 그 집은, 처음부터 아무도 살지 않았어.
 
거기는 그 경대와 머리카락을 위해서 지은 집이야.
 
나와 다른 부모님들이 어렸을 때부터 있었지."
 
"그 경대는 실제로 사용되어진 것이고, 머리카락도 진짜다. 그리고, 너희들이 봤다는 단어. 그건 말이지.."
 
그렇게 말하고 B군의 아버지는 종이와 펜을 가지고 [판도라]라고 쓰고는 우리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네.. 그 말이에요."
 
우리들이 대답하자 B군의 아버지는 그 종이를 구겨 뭉쳐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건 말이다, 그 머리카락 주인의 이름이다.
 
읽는 법을 모르는 한 절대 말할 수 없는 말이다.
 
너희들이 알아도 되는 건 여기까지다. 앞으로 절대 그 집 얘기는 꺼내지 마라.
 
가까이 가지도 마라. 알겠지? 일단 오늘은 다들 우리집에서 자거라."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뜨려던 B군의 아버지에게 B군이 굳게 마음먹은 듯 이렇게 물었습니다.
 
"D는 어떻게 되는 건데? 걔는 왜 그렇게.."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B군의 아버지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 애는 잊어라. 두 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고, 너희들도 두 번 다시 못 만난다. 그리고.."
 
B군의 아버지는 조금 슬픈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너희들은 앞으로 평생 그 애 엄마에게 원망받을 거다.
 
이 일로 누군가의 책임을 물을 마음은 없다.
 
하지만, 아까 그 아줌마 상태를 보면 알지? 너희들은 이제 그 애한테 상관해선 안 된다."
 
 
그렇게 말하고 B군의 아버지는 방을 나갔습니다.
 
우리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어떻게 지냈는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긴 하루였습니다.
 
그 후 당분간은 평범하게 생활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우리 부모님도 A군의 부모님도 일절 이 일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고,
 
D양이 어떻게 되었는 지도 모릅니다.
 
학교에는 개인적인 이유라고 하고, 한 달 후쯤에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고 합니다.
 
또, 그 날 우리들 이외의 집에도 연락이 간 듯, 그 빈 집에 관한 이야기는 점점 줄어갔습니다.
 
창문에도 엄중한 울타리가 설치되어 안에 들어갈 수 없도록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들은 그 이후 한 번도 그 집 근처에 다가가지 않고, D양의 일도 있고 서로 멀어졌습니다.
 
고등학교도 따로 떨어져서, 우리는 모두 동네를 나와 십 수년이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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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4 (Sat)

우리 외할머니 댁은 나가노 현의 깊은 산 속

 

'信州新町신슈 신마치'라는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이었을까.

 

그 해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 곳은 산과 논밭밖에 없고, 민가도 드문드문했다.

 

마을 버스도 아침, 저녁으로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런 아무 것도 없는 촌구석에 가지 않았겠지만,

 

그 해엔 나와 친했던 친구가 가족 여행을 떠나 버려서

 

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정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 가게에 가자 아무리 졸라대도

 

가장 가까운 구멍 가게가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였기에

 

아버지는 "모처럼 조용하게 놀러 온 거잖니." 하며 꿈쩍도 않으셨다.

 

 

 

유일하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은

 

이웃 집에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 아이가 놀러 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 때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친해지곤 해서

 

나와 K군은 함께 놀게 되었다.

 

논다고는 해도 그런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 놀이, 탐험 정도밖에 없었다.

 

 

 

외할머니 댁에서는 1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으로 갔었다.

 

그 곳에 간 지 3일째 저녁이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가 지나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할 무렵.

 

여름이라고는 해도 시골에선 해가 빨리 떨어진다.

 

나와 K는 그 때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산에 들어가 보았다.

 

처음엔 사람이 다닐 법한 길로 올라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산짐승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에 들어서 있었다.

 

"어라, 저게 뭐지?"

K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석같은 것이 서 있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도소신道祖神같은 느낌에

 

높이가 50cm정도였던 것 같다.

 

 

doso.JPG

 

 

















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나와 K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았다.

 

도소신같긴 했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평범한 도소신은, 남녀 2명이 사이좋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조각해 놓은 것인데,

 

그 비석은 네 사람이 선 채로 서로 얽혀 있었고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와 K군은 불길해 져,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주위도 어슴푸레해 져서 나는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내가 K의 손을 잡아 끌어 돌아가려고 하자,

 

K가 비석 아래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 된, 가로세로 4cm정도의 나무 상자였다.

 

반 정도는 땅에 묻혀 있고, 반은 땅 위에 드러나 있었다.

 

"뭐지?"

 

나는 영 불길했지만, K는 나무 상자를 파 내고 말았다.

 

부분부분이 썩어서 너덜너덜해 져 있었다.

 

겉에는 헝겊같은 것을 두른 흔적이 있고,

 

먹물같은 것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불경같은 어려운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뭔가가 들어 있어!"

 

상자가 부서진 부분에서 빼꼼하니 뭔가가  보였다.

 

K는 그것을 빼내 보았다.

 

벨벳같았다.

 

검고 반질반질한 매듭같은 것으로 묶인 완장처럼 보였다.

 

직경은 약 10cm정도.

 

원형이었고, 5개의 동그란 돌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돌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 광택이 났고, 기분나쁘면서도 몹시 아름다웠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내 거다!!"

 

K는 그렇게 말하고 그 완장을 팔에 차 보려고 했다.

 

"하지 마!!"

 

나는 울며불며 말렸지만, K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께에------------엑"

 

 

K가 완장을 찬 순간, 이상한 새 울음 소리같기도 하고, 원숭이 울음 소리같기도 한

 

기묘한 울음 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했고

 

나와 K는 겁이 나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나서는 완장에 대해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 뒹굴뒹굴거리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어서

 

엄마가 "빨리 자!!" 하며 혼이 나고 있었을 때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2011/05/13 (Fri)



새벽 두 시에 테이블 위에 거울을 세워 놓는다.

 

 

그 거울 좌우에 양초를 한 자루씩 두고, 불을 붙인다.

 

잔을 두 개 준비하여, 거울 왼 쪽에는 물, 오른 쪽에는 술을 담아 놓는다.

 

거울 앞에는 집 서쪽에서 주운 조약돌을 2 개, 동쪽에서 주운 조약돌을 2개 놓는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이 거울 중앙에 비치도록 앉는다.

 

양 손을 가슴 앞에 포개고, 눈을 감고 아래의 세트를 14번 외운다.

 

 

 

불러내고 싶은 망자의 이름, 그 사람의 사망 년원일,

자신의 이름, 기도하고 있는 곳의 주소.

 

 

 

이렇게 14번을 외우고 눈을 뜨면 거울에 그 죽은 자가 나타난다고 한다.

 

불러내고 싶은 사람은, 본인과 인연이 없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 기도라기보다는 의식같은 것은 학창시절에 친했던 친구가 가르쳐 준 것이다.

 

그 친구에게

 

"너 그거 해 본 적 있어?" 하고 묻자

 

"아니. 없어. 좀 무섭잖아? 아무리 만나고 싶더라도 한 밤중에 거울에 죽은 사람이 나오면 엄청 무섭지 않겠냐?"

 

하고 대답했다.

 

확실히, 죽은 할머니나 삼촌을 만나고 싶긴 하지만, 정말로 나오면 섬뜩할 거다.

 

나도 이 기도라는 것을 실제로 해 보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어느 회사의 상품 개발 부서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내가 입사한 이래 가장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제휴처의 담당자와 둘이서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그 담당자(A씨)는 나보다 두 살 더 많은 사람이었다.

 

매일 전화와 회의를 했지만 이렇게 밖에서 만나는 건 처음이어서 몹시 즐거웠다.

 

1차로 간 술집에서는 일에 대한 이야기만 했지만,

 

2차로 간 바에서는 술도 꽤 들어갔고 점점 사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A씨, 결혼은 안 하실 건가요?"

 

"응?  ....애인도 없고(웃음)"

 

"헤에, 정말로요? 인기 많으시면서. 한 여자에 만족 못하는 스타일이신가 봐요?"

 

 

내가 잘 보여 두려고 아부성 발언을 하자, A씨는 잠시 침묵하다가 

 

"실은 엄청 좋아하는 여자가 있긴 해."

 

"그렇군요."

 

"3년 전에 죽었지만 말이야."

 

"네? 사고나 병이 있었던 겁니까?"

 

"아니... 자살."

 

"......"

 

"그 이후로 새 여자친구를 사귈 맘이 안 들어서."

 

"...괜한 걸 물어서 죄송합니다."

 

"아니, 괜찮아. 나도 계속 질질 끌고 있기만 해선 안 된다는 건 알아."

 

 

나는 카운터 석에서 멍하니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A씨의 옆모습을 보면서

 

 몇 년만에 학창시절에 들었던 그 기도에 대해 기억해 냈다.

 

 

"A씨, 그 여자친구 분, 만나고 싶으십니까?"

 

"뭐? 그야 만날 수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만나고 싶지...

 

왜? 만나게 해 줄 거야? 계룡산 연꽃선녀 같은 거?"

 

A씨는 조금 분노가 섞인 표정으로 나를 쳐다 보았다.

 

"아뇨.. 학교 다닐 때 친구가 해 준 이야기인데 말입니다..."

 

나는 A씨에게 죽은 자와 만날 수 있다는 기도 방법을 농담처럼 알려 주었다.

 

A씨가 그 이야기를 듣고 웃어 넘길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열심히 메모를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오싹했다.

 

 

 

 

 

 

 

 

낡이 밝아 월요일 아침이 되었다.

 

평소처럼 지각하기 직전에 출근한 나를 상사들이 에워쌌다.

 

그리고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로 묻는 것이었다.

 

"자네, A씨랑 금요일 밤에 술 마시러 갔었지?"

 

"그렇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

 

"A씨가 죽었어."

 

"...네? 정말이십니까?" 

 

나는 목소리를 억지로 짜내어 되물었다.

 

"그래. A씨의 상관한테서 전화가 왔었는데, 집에서 목을 매 죽었다는 군."

 

"언제 말입니까?"

 

"토요일 새벽이라는 군. 어제 오후에 발견됐대. 

그런데 자네 금요일 몇 시에 A씨랑 헤어졌나?"

 

"그게... 전철 막차 전에 헤어졌으니까 자정 전 쯤이었나..."

 

"지금부터 자네는 A씨의 회사로 불려 가게 될 거야. 나도 함께 가겠네.

경찰이 와서 금요일 밤 상황에 대해 물을 거야.

걱정 말게. 상황을 보아 하니, 경찰도 자살로 단정하고 있는 것 같아.

자살 원인을 규명하려는 거겠지."

 

 

나는 택시를 타고 상사와 함께 아카사카에 있는 A씨의 회사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A씨의 상사가 맞으러 나와 주었고, 응접실로 향했다.

 

그 곳에는 사복 차림의 형사 둘과, 제복 차림의 경찰이 둘 있었다.

 

금요일의 A씨의 상태, 일을 함께 하며 겪어 온 A씨의 언동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있는 그대로 대답했다.

 

몹시 사랑하던 여자 친구 분이 자살했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렇지만 나는 단 한 가지, 경찰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여자친구를 만날 방법을 내가 A씨에게 알려주었다는 것.

 

그 기도가 어떤 식으로든 A씨의 자살에 영향을 미친 게 틀림없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직감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가 걸린 사정 청취가 끝나고

 

"알겠습니다. 협력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형사 한 명이 우리에게 말했다. 4명의 경찰이 방을 나가려 하던 순간에

 

형사 한 명이 뒤돌아 나에게 물었다.

 

"A씨가 어떤 종교를 믿는다는 말을 들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아니오, 들은 적 없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아닙니다. 모르신다면 됐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경찰이 돌아간 후에 A씨의 상사는 우리에게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라며 허리굽혀 사과했다.

 

경찰도 없고 긴장감도 풀려 우리들은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까 경찰이 말하던 '종교'란 게 무슨 말입니까?"

 

A씨의 상사는 살짝 코웃음 치듯

 

"아.. A씨의 방 코타츠 위에 양초랑 잔, 거울같은 게 놓여 있었다는 군요. 대체 뭘 한 건지..."

 

나는 말을 잃었다. 역시 A씨는 그 기도를 실행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멍하니 넋을 잃은 나에게 A씨의 상사가 물었다.

 

"그런데 A시한테 여자친구가 있었다고 말씀하셨다고요?

 

그리고 그 여자친구가 자살했다고."

 

"네. 그렇습니다만."

 

"그거 거짓말입니다."

 

"네? 왜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A씨한테 여자친구가 있을 리가 없어요.

 

그는 5년 간 내 밑에 있었는데, 진짜 여자친구가 있다는 얘긴 들은 적도 없습니다."

 

"진짜 여자친구요?"

 

 

"A는 K・K의 열광적인.... 아니,열광적이라기보다는 정신이상자에 가까울 정도의 팬이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아이돌이자 탤런트인 K・K 말입니다."

 

나와 내 상사는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A가 말했던 여자친구가, 그 K・K입니다. "

 

"......"

 

"그런데 그 K・K가 자살을 했지 않습니까? 2~3년쯤 전에.

아무래도 경찰 말에 의하면 A 방이 온통 K・K의 브로마이드 투성이였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이후의 말에 대해서는 딴 생각에 잠겨 있었기에 기억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건 그 기도를 알려 준 친구의 말이었다.

 

 

"어쨌든 그 불러내고자 하는 사람은 친척이라던가 친구라던가 연인이라던가, 

 

실제로 관련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 된대."

 

"관련이 없으면?"

 

"그 기도를 하면 엄청 위험해 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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