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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2 (Thu)
대학 시절, 나는 같은 과 친구들과 그룹을 이루어 자주 놀곤 했다.

 

 

남자 4~6명과 여자 4명.

자취하는 녀석 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으면

으레 괴담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여자 아이(B)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꼭 싫은 얼굴을 하는 아이(A)도 있었다. 

나는 A와 꽤 친했다.

B는 실제로 영능력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주로 하는 괴담 내용은 인터넷 게시판에서 읽은 것들이었다.

실제로 귀신을 믿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오히려 A가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다'고 하며, A는 늘 B를 피하는 느낌이었다.

둘이서 노는 일은 전혀 없었고, 그룹 속에서도 거리를 두는 느낌이었다.

나와 또 한 명, A가 '보인다'는 것을 믿는 녀석(C)는

정말로 그런 것들이 보인다면 재미삼아 무서운 이야기를 하는 걸 싫어할 지도 모른다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어느 날, B와 친했던 남자 아이 한 명이

심령 스팟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차로 30분이면 갈 수 있는 곳에 있다고 해서

다들 관심이 생겨, 담력 테스트를 하러 가 보기로 결정했다.

 

 

그 자리에 없던 다른 친구들도 부르기로 하고,

 

나는 A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갈 생각이었지만, A는 안 오겠지 싶어서

 

"지금부터 oo근처에 갈 건데, 그냥 담력 테스트하러 가는 거고,

 

안 올 녀석들도 있을 테니까, 싫으면 굳이 올 필요는..."

 

그러자 A는 내 말을 자르듯

 

"그거 커다란 폐가 말하는 거야?"

 

"어. 그 집 뒤 쪽에 뭔가가 있다고 그러더라."

 

"......안 가는 게 좋지 않을까?

 

그냥 가지 마. 그냥 어떤 애 자취방 가서 술 마시고, 무서운 이야기 하면 되잖아.

 

일부러 그런 데 까지 안 가도..."

 

그러나 이미 친구들은 의욕에 가득 차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글쎄... 다들 가고 싶어서 난린데..

 

넌 가기 싫으면 오늘은 안 와도 돼."

 

그러자 A는 잠시 침묵하다가

 

"......B는 가?"

 

"갈 거야. 제일 가고 싶어 하던데."

 

"......그렇구나.. 그럼 나도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놀랍게도, A는 정말로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서, B와 함께 차에 올라 탔다.

 

결국 오지 못한 녀석도 있어서 총 6명이 승합차 한 대에 타고 출발했다.

 

 

 

B는 약간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구석이 있어서

 

A가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것 같았고,

 

가는 동안에 처음에는 계속 재잘대더니니, 이내 하품을 해대기 시작했다.

 

"요즘 아르바이트 때문에 그런가? 너무 졸려~"

 

그 말을 들은 A는 졸린 듯 칭얼대는 B에게

 

"그럼 좀 자. 도착하면 깨워 줄게."

 

"알았어. 그럼 미안한데 조금만 잘게."

 

그리고 B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고, A는 묵묵히 차창 밖만 쳐다 보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B는 일어나질 않았고, 완전히 숙면을 취하고 있었다.

 

우리들끼리 B를 자게 내버려 둘 지 상의하고 있자

 

A가 "데리고 가자. 두고 갔다가 나중에 깨어나면 화낼 거야."

 

하고, B를 업어 메고서 차에서 끌어 내었다.

 

어쩔 수가 없어서 C가 B를 업고, A는 B의 손을 잡았다.

 

친구들이 다 차에서 내리고 나자, A는 앞장 서서 그 곳으로 향했다.

 

 

 

 

 

그 곳에 있는 낡은 집은 tv에서 흔히 본 것 같은 폐가였고

 

다들 신이 나서 "우와~"하며 폐가를 둘러보았다.

 

B는 여전히 일어나지 않았다. A도 여전히 B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드디어 무언가가 나온다는 집 뒷편으로 갔더니

 

오래 된 우물 같은 것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 보자, 메마른 우물 안에 조그만 일본식 인형의 집같은 것이 보였다.

 

"뭐야~?"하며 친구 한 명이 몸을 우물쪽으로 내밀자 A가

 

"물러서!!" 하며 소리쳤다.

 

 

들여다 보려던 녀석이 물러 서자, 곧 나즈막하게 무슨 금속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다들 물러서!! 이 쪽으로 와!"

 

무언가 굉장히 기분 나쁜 느낌이 들었다.

 

철컥철컥 철컥철컥    철컥철컥  철컥철컥

 

 

게다가 그 소리는 점점 커졌다.

 

 

그 우물에서부터  우 리 를 향 해.

 

 

 

 

 

 

마음은 도망치고 싶어 죽겠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고

 

옆을 보니 친구들 몇 명은 주저앉아 있고

 

소리는 점점 다가오는데, 눈에 보이진 않지만 반드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쪽으로 더 와!!"

 

A가 화를 내며 내 손을 잡고,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내가 그것을 확실히 잡은 것은 본 A는 이번엔 조금 떨어져 있던 녀석을 필사적으로 끌어 당기고

 

또 다시 무언가를 쥐어 주었다.

 

자세히 봤더니 내가 잡은 것은 B의 오른 발이었고, 그 녀석이 잡은 것은 B의 왼 손이었다.

 

B의 오른 손은 A가 잡고 있다. C는 계속 B를 업고 있다.

 

A는 B에게서 손을 떼지 않고 필사적으로 친구들을 끌어 당기고 있었다.

 

그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정신을 차려 보니 눈 앞에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이다.

 

하얗다고 해야 할 지 잿빛이라고 해야 할 지,

 

투명한 것 같기도 하고, 연기같기도 하고, 

 

무엇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가 우리들 앞에 있었다.

 

딱 그 부근에서 철컥철컥하는 그 금속음이 귓속 가득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연기같은 것에서 소리가 난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연기같은 것의 등을 보고 있었고,

그것이 '보이지 않는 금속음'과 싸우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들 움직일 수 있겠어? 도망쳐!! 빨리 도망치는 거야!!"

 

A가 소리치고, 우리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차에 꾸역꾸역 몸뚱이를 우겨넣고, 차를 출발시켰다.

 

C가 운전을 하고, 차 안에서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

 

아무 것도 보이진 않았지만, 금속음만이 꽤 오래 귓가에 맴돌았다.

 

 

그 후, 집에 도착할 때까지 숙면을 취하고 있던 B에게

 

"아무 일도 없어서 안 깨웠다"고 설명하고 돌려보내고 나서,

 

우리는 두려움에 떨며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며칠 후에 A에게 어떻게 된 일인 지 캐묻자,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이것저것 알려 주었다.

 

그 오래 된 우물이 정말로 위험한 것이었다는 것은 예상대로였다.

 

집 정면까지는 괜찮은데, 집 뒷쪽으로 돌아서 우물까지 보면 위험하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를 구해 준 이상한 그림자 같은 것인데,

 

A는 몹시 싫다는 얼굴로

 

"그건 B의.... 뭐라고 할까, B에게 붙어 있는 거야."

 

A가 그동안 B를 피한 것은 B를 싫어해서가 아니라고 한다.

 

그저 B에게 들러붙어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게 굉장히 강하고, 묘하게 기분나빴다고 한다.

 

처음에는 B에게 씌어있는 귀신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B에게서 나오는 '그것'을 보고, 문득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것'은 B의 내부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B가 그것들이 있는 세계의 출입구가 되어 있는 것이던가,

 

아니면 B자체가 그것들이 사는 장소 그 자체인 걸 거야."

 

 

 

A도 확실히는 모르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그것은 B에게서 나온 뒤에

 

다시 B에게로 되돌아간다고 했다.

 

다른 영적인 것들은 모두 B를 피한다고 하며,

아마 그것 때문에 B에게 접근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건 우리를 지켜 준 것도 아니고,

 

B를 지켜 주고 있는 것도 아닐 거야.

 

그냥 현관 문이나 집이 부서지면 곤란하잖아."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건가 싶다가도,

 

B는 진심으로 영적인 것들에 대해 믿고 있지도 않는 것 같고,

 

보통 영이 아니어서 쫓을 수도 없을 것 같아 내버려 뒀지만,

 

자신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저, 그것이 B를 심각한 위험에서 지켜 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우리들이 정말로 위험한 곳에 갈 거라는 것을 느끼고

 

말릴 수 없다면 B의 안에 있는 그것을 이용해 우리를 지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우리를 따라 왔다고 한다.

 

 

 

"그게 지키려고 하는 건 B뿐이니까,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었으면

 

우물에서 나온 것한테 씌어서 인생 끝났을 거야.

 

너도 그렇고. 다들."

 

 

그 말을 듣고 섬뜩해진 것을 얼버무리려

 

 

 

"그런데 B에게 붙어 있는 그건 대체 뭘까?

 

그래도 좋은 거 아냐? 지켜 주는 거라며."

 

 

라고 말했더니, A는 부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한심해 하는 것 같기도 한 

 

복잡한 눈빛을 나에게 보냈다.

 

 

"저기 말이야. 뱃속에 살고 있는 기생충이 부화할 때까지 지켜 준다고 하면,

 

그게 좋은 일일까?"

 

 

A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 지 느낌이 왔다.

 

B 안에 깃들어 있는 것은,

제 사정에 맞춰 B의 안에 틀어박혀 있기도 하고,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그래서 어쩌면 B에게서 무언가를 빼앗고 있는 건 지도 모른다.

 

언젠가 제 필요에 따라 B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바깥으로 나오려 할 지도 모른다.

 

그 때엔 주변에 영향을 미칠 지도 모르고,

 

당사자인 B는 아무 것도 알아채지도 못한다.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어."

 

A는 한숨을 쉬었다.

 

"우물에서 나온 것도, 보통은 아니었어.

 

신이 최악의 상태에 빠진 것같은 느낌이었지.

 

웬만한 영능력자가 있었으면 지고 말았을 정도.

 

그런 것과 맞붙을 수 있었던 B의 그것에게 무슨 짓을 한다 해도 꿈쩍도 않을 거야."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나도, A도, B도 사회인이 되었다.

 

참고로, B는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A에게 전화해서 그런 소식을 전하자

 

"B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그게 얌전히만 있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

 

 

 

 

 

보통의 영과 다른, 그리고 인간 속에 움츠리고 있는 '무언가'라는 게 무엇일까.

 














B는 늘 무서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진짜 영적 체험이라는 거 해 보고 싶어! 난 그런 일이 한 번도 없었어."

 

라고 말하곤 했다.

 

담력 테스트와 분신사바도 몇 번인가 해 봤다고 하는데,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후에 A가 말하길,

 

 

"아마 안 될 거야.

 

그건 B 본인에게는 안 보이게 되어 있는 것 같고,

 

영감이 있고 없고에 관계없이, 다른 영들은 B에게 전혀 다가갈 수가 없으니까.

 

그 우물은 보통 레벨이 아니었으니까 다가갈 수 있었던 거고.

 

그러니까 B의 그것도  B를 잠재워서 전력으로 맞선 게 아닐까.

 

이건 내 추측이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날 밤 A가 그렇게 소리쳤는데도 B는 전혀 깨어날 낌새가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나는 B가 무심코 나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집에서 혼자 분신사바를 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고, 그냥 잠이 와서 그대로 낮잠만 잤지 뭐야.

 

그런 건 좀처럼 성공 못하는 건가 봐."























아니. 성공했던 거 아닐까.



















+하앍하앍 알고보니 이거 시리즈물이었어.. 소소한 재미가 있네seal_likei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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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쩌네요...마지막 말 완전 소름ㄷㄷ
노홋 2014/01/19(Sun)20:45: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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