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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Fri)

 

 

친구 B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실은 대학 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 일에 대해 최근 알게 된 것이 있어서 글을 쓴다.

 

 

 

 

B의 대학 시절 전 남자친구 E에 대해 쓴 적이 있다.

 

E는 우리와 함께 노는 그룹이 아니었기에, 우물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B와는 졸업 직전에 취직을 이유로 헤어졌다고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B를 드나들고 있는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를 지도 모른다.

 

 

 

 

 

대학 시절, B가 E에게서 받은 반지를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었다.

 

금과 은이 함께 섞인 반지였고, 여자애들 말을 들어보면 꽤 좋은 거였다는데,

 

A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물 사건도 있고 해서, 나는 나중에 살짝

 

"저 반지에 뭔가가 있는 거야?"하고 물어보았다.

 

 

"응.... 좀 위험한 걸 지도 몰라. 어쩌지...

 

혹시 너 그런 거 쫓아낼 수 있는 사람 알아? 

 

역시, 모르겠지...."

 

 

나는 "그런 것이 보이는 사람"은 A이외에는 아무도 몰랐기에,

 

A에게 그렇다고 대답하자,

 

A는 그런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지금껏 위험한 것들은 피하며 살아 오기만 해서,

 

알고 있는 영능력자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B도 안 빌려 주려고 하겠지...

 

영능력자한테 B를 데리고 가면, 

 

B의 그것과 싸움이 날 지도 모르고..."

 

 

만약 B에게 그 반지가 영적으로 위험한 거라고 말하면,

 

B는 분명 재미있어하며 직접 가져가려고 할 거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그래도... B한테는 그게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하고 물었지만, A는 복잡한 표정으로

 

"음...... 글쎄....."

 

하고 그 대화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 안에서 A가 사고로 다치게 되었다.

 

유리에 베여 학교 보건센터에 옮겨진 A는 

 

함께 있던 같은 과 학생에게 

 

자신의 짐을 보건센터와 가장 가까운 강의실에 갖다 두어 주면, 자신이 가져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그 녀석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래도 지갑이나 귀중품은 도난당할 위험이 있으니

 

내가 맡아주기로 했다.

 

 

 

강의실로 가자, 아무도 없고 A의 가방만이 덩그러니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눈에 익은 가방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 가방일 수도 있어서 살짝 가방 안을 열어

 

이름이 쓰인 물건을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지갑이 든 주머니 안에 작은 비닐봉지에 든 반지가 보였다.

 

전날 B가 자랑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B의 반지인가? 이걸 왜 A가 가지고 있지?

 

그냥 같은 물건을 산 걸 지도 모른다.

 

아니면 A가 몰래 빌려와서 반지에 붙은 걸 쫓아내려 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갑 안의 면허증을 확인하고 나서,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나오려 하자

 

뒤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창틀 쪽에 회색빛 고양이가 있었다.

 

 

야옹~

 

 

다시 한 번 울고는 창틀에서 바깥 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나서 잠시 후에 깨달았다.

 

 

 

 

 

 

 

 

저 고양이, 아까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4층인데 바깥에 나뭇가지가 있었던가?

 

 

 

 

서둘러 창문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니, 창문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건물 밖 어디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4층에서 뛰어내려도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A의 가방을 두었던 곳으로 갔다.

 

깜짝 놀랐다.

 

 

 

아까는 분명 없었는데, 가방에 엄청난 할퀸 자국들이 나 있었다.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한 번 발치에서 "야옹~" 하는 목소리가 나고

 

그제서야 나는 A가 계속 신경쓰고 있던 그 반지가 

 

내가 들고 있는 가방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또 다시 "야옹~"하는 울음소리와 어떤 소리가 났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내 신발끈 매듭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역시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야옹~      야옹~     야옹~

 

 

 

 

 

 

그 울음소리는 꽤 가깝게 들렸고, 점점 더 불길한 느낌으로 변해 갔다.

 

식은 땀을 계속 흘리기 시작하는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울음소리에,

 

음침한 느낌의 사람 말소리가 겹쳐졌다.

 

 

 

 

 

 

 

"........같은 건.... 죽어 버려....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목소리는 또렷하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었다.

 

굳어버린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컬러링이 울리고 있는 동안에도 발치에선 계속 보이지 않는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신발과 가방에선 찌익찌익 소리가 나고,

 

내려다보니 왠지 바닥에도 흠집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았다.

 

 

 

 

 

"네. 여보세요."

 

"B야?? 난데, A 얘기 들었어?"

 

 

고맙게도 B는 학교 안에 있었다.

 

서둘러 A가 다친 걸 이야기해 주고, 가방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B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A의 가방을 들고 온 힘을 다해 달려 B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 동안에도 끝없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지막이 "죽어버려"나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하는 여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건물에서 빠져나오자, 슈욱하고 다리 사이를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발이 꼬여서 콰당 넘어지고, 세워져 있던 자전거에 부딪쳤다.

 

 

"괜찮아??"

 

B가 큰소리로 물으며 달려 왔다.

 

"손 좀 봐! 다리에서도 피가 나잖아?"

 

B가 소란스럽게 나를 부축하며 짐을 들어 주고,

 

정신을 차려 보니 고양이 울음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리의 상처는 자전거에 부딪친 것이 아니라, 손톱에 긁힌 상처였다.

 

 

A의 상처도 심하지 않았고, A의 가방 속에 있던 반지는 A가 B에게 빌린 것이었다.

 

B의 반지와 같은 모양의 반지가 너무 갖고 싶으니

 

가게에 보여 주고 "이런 반지가 갖고 싶다"고 말하려는데 견본품이 필요하다고 말해서 빌렸다고 한다.

 

 

내가 그 가방을 B에게 맡겼다고 말하자,

 

A는 "아.... 그래..." 말하고는 고양이와 여자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이제 와서 이 이야기를 생각해 낸 건,

 

최근 A가 B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 때문이다.

 

B의 집 이야기, 흰 기모노와 신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

 

 

"B의 안에 있는 건 B를 지키기만 할 뿐이지, 


악령 퇴치를 하는 게 아니야.



 

주위 사람들에게 불똥이 튀거나 악영향이 미친다 해도 



 

B만 무사하다면 아무런 상관도 않는 거지."

 

 

라는 말을 듣고 갑자기 생각난 게 이 일이었다.

 

나는 이 때 B와 반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B는 그 때 A에게서 돌려받은 반지를 끼고 있었다.

 

 

 

 

"A가 똑같은 걸 갖고 싶어 했는데, 찾질 못했대.

 

실은 그거, E의 친척 애가 사다 준 거야."

 

 

 

 

E에게 그 반지를 골라 준 친척 여자 아이가,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그 시절에 죽었다.

 

내 기억에 E가 장례식에 간다고 했던 게 그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당시 내가 여자 목소리를 들었을 때에는 살아있었으니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일은 B에게 반지가 되돌아가고, B에게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걸로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게 있어서

 

다시 한 번 A에게 물어 보았다.

 

A는 이야기를 해야 하는 지 몹시 고민했지만,

 

내가 몇 번이고 끈질기게 물었더니 결국은 이야기해 주었다.

 

 

 

"그 친척 여자애라는 애.

 

아마 E를 좋아했을 거야.

 

저주 방법을 어디서 알게 되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로 고양이를 죽여서 본격적으로 저주를 걸 정도로

 

B를 증오했던 게 아닐까."

 

 

 

내가 들은 목소리는 역시 그 아이의 목소리인 모양이었다.

 

E에게 반지를 받는 여자에게

 

죽어버리라며 중얼거리며 고양이를 죽일 때의 목소리였던 게 아닐까.

 

 

그리고 A가 걱정했던 것은, B가 저주받는 것이 아니었다.

 

B의 그것의 성질을 꽤 정확히 파악하고 있던 A는

 

동물까지 죽여서 제대로 된 형식을 갖춘 저주의 '반사'를 걱정했다.

 

 

"... 나랑 넌 그리 크게 다치지 않았잖아?

 

저주 자체에는 사람을 죽일 만한 힘은 없었을 거야.

 

그런데..."

 

 

 

B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B의 그것이, B를 타겟으로 해서 곧바로 날아온 저주를  똑바로 되쳐냈을 때, 

 

가속이 붙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A는 그것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당시 A는 그 반지를 영능력자에게 가져가서 퇴마를 하려고 생각했을 것이다.

 

 

 

솔직히 A와 이야기를 하고 나서 조금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B를 불러 A의 가방을 건네지 않았더라면

 

E의 친척 아이는 죽지 않을 수 있었을까?

 

B에게 A의 가방을 맡겼다고 말했을 때 A가 되돌려받으려 하지 않았던 건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서 인지, 아니면 더 크게 다칠 것을 두려워 한 것인 지

 

나는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이미 몇 년이나 지난 이야기이다.

 

 

 

B는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남자친구에게 반지를 선물받고 기뻐했을 뿐.

 

조금 허술한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착한 아이이고,

 

A가 똑같은 걸 찾고 싶으니 잠시 빌려달라고 했을 때에도 흔쾌히 반지를 내어 주는 녀석이다.

 

그렇지만, 내가 잘못한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마음 한 켠에는 'A와 나는 의도치 않게 휘말린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대가 B가 아니었다면 아마 아무도 죽지 않았을 거라는 게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A가 복잡한 표정으로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어..." 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기분을

 

나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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