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는 이상한 애네.. 하고 생각했지만 일단은 "안녕"하고 인사해주었습니다.
"뭐 하고 있어요?"
"담배 사려고 그러는데."
이상하게도 말을 걸어오는 아이에게
나는 무심코 쌀쌀맞은 태도로 대답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갑을 꺼내 담배를 살 때까지 그 아이는 "날씨 좋네요"라던가 "몇 학년이에요?"같은 말을 했습니다.
나는 적당히 대답해 주었습니다.
내가 그 곳을 벗어나려 하자 그 아이는
"엄마가 부르니까 와 주세요"
라고 하고는 내 손을 잡아끌었습니다.
나는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나에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다는 걸까요.
나는 어떻게든 둘러대고 집에 가려고 했지만
아이는 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부르고 있다니깐."하고 말하며
나를 데려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집념같은 것에 이끌리듯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무슨 곤란한 일이 있는 걸지도 몰라,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네와 정글짐, 등나무 시렁과 벤치가 보입니다.
저녁 무렵이 다 되어서 그런지 사람은 없었습니다.
아이는 등나무 시렁쪽으로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 공원의 등나무 시렁은 천장 외에도 옆면 두 면에도 등나무가 늘어뜨려져 있었습니다.
안쪽에는 벤치가 있었겠지요.
아이는 "엄마, 데려왔어."하고 등나무 시렁 안쪽을 향해 말했습니다.
각도가 안 좋아서 나에게는 등나무 시렁 안쪽의 벤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쪽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내 손을 꼭 붙들고 있는 아이를
뿌리치는 것이 찜찜해서 그럴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딸이..."
하고 등나무 시렁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아무런 이상한 구석도 보이지 않는 여자 목소리였습니다.
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고, "위험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시라도 빨리 거기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라고 아이가 말하고, 등나무 시렁의 바로 건너편에 있는 정글 짐으로 갔습니다.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딸이..."
또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무런 수상한 점도 없는 목소리. 이번에는 소름도 돋지 않았습니다.
기분 탓이었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등나무 시렁의 반대편, 벤치가 보이는 곳으로
거의 튀어나갈 듯한 기세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는 팟하고 돌아다 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한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어깨 정도까지 오는 머리길이의 서른을 넘은 듯한 여자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우리 딸이..."
그녀는 이번에는 조금 당황하는 기색으로 그렇게 말했습니다.
뭐야, 평범한 사람이네.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창피해져서 나는
"예에, 뭐.. 아니오...." 하고 겨우 대답했습니다.
날씨가 어떻다는 둥, 학교가 어떻다는 둥...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라 생략하겠습니다.
어머니는 말수는 적지만 평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여자 아이는 등나무 시렁의 바로 옆, 내 등쪽에 있는 정글 짐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슬슬 날도 저물어 가려고 할 무렵.
공원은 오렌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문득, 당초의 목적을 떠올렸습니다.
왜 내가 이 곳에 왔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기, 왜 저를 여기에.."하고 물었습니다.
그 순간입니다.
"치에!!"(가명)
하고 엄청난 목소리로 어머니가 소리쳤습니다. 아마도 여자아이의 이름이겠지요.
나는 등쪽의 정글 짐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러자 눈 앞으로 무언가가 떨어져서
둔탁한 소리와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기묘하게 꺾여 쓰러져 있었습니다.
몸은 거의 엎드려 있는데 얼굴은 위를 향해 있습니다.
뜨인 눈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오렌지빛 지면에 붉은 피가 퍼져가는 것을
나는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경찰, 구급차, 전화.. 등 단어가 머리속을 날아다녔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때 아이가 꿈틀하고 움직이고는 무언가 중얼거렸습니다.
아직 살아있어!
나는 옆으로 달려가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들으려 하였습니다.
"....마...."
엄마를 부르고 있는 건가?
나는 등나무 시렁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소리친 이후부터 아이의 엄마는 여기로 달려오지 않았습니다.
도움을 청하러 간 것일까요.
괜찮아, 엄마가 사람들을 부르러 갔어. 이런 말들을 아이에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건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아무리 보아도 목이 꺾여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나는 지금 이 곳에 없는 아이의 엄마에게 화가 났습니다.
"엄마...가.. 부르...있어..."
아이는 아직 중얼거리고 있습니다.
나는 정글짐의 위쪽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그 곳에는 아까 그 아이의 엄마가 거꾸로 매달려 있었습니다.
탁한 눈동자, 쑥 나온 혓바닥,
별로 쓰고 싶지도 않은 죽은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빠진 턱이 꿈틀 움직여
"죄송합니다, 우리 딸이..."
나는 그 때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한밤중의 공원이었습니다.
그 정글짐은 그 후에 철거되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오컬트 류를 좋아해서 여러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그런 글들을 많이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적 체험을 많이 한다거나, 영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내가 겪은 체험들도, 헛것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정도의 것들 뿐이었다.
주변에 영감을 가지고 있다는 녀석도 없고
겁이 많아서 심령 스팟같은 곳은 가고 싶지 않다.
그냥 재미로 오컬트 물을 보는 정도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여름 방학이었다.
어느 대학에 견학을 하러 갔다.
캠퍼스가 몇 개나 되는 학교였는데, 내가 간 곳은 약간 산 속에 위치한 캠퍼스였다.
내가 가고 싶은 학과가 지원을 잘 못 받는 모양인 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 견학이라는 게 원래 좀 지루한 것이다.
수업 참관, 동아리 소개를 듣고 선배가 뭐라뭐라 떠들고는 끝.
일단 오컬트 류를 좋아해서 그런 동아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그런 동아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손을 들고
"오컬트 계 동아리는 없습니까?" 같은 얼빠진 질문은 할 수 없었다.
그 후, 캠퍼스를 자유롭게 돌아 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녔다.
캠퍼스 주변을 돌아 보기 위해 캠퍼스 밖으로 나왔다.
여러 가지 나무도 많고 언덕도 많고, 이 학교는 좀 아닌데...하고 생각하던 때에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봤다기 보다는 느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눈 앞이 일그러져 보인다.
눈 앞에 있는 벚나무 가로수길의 일부가 일그러져 있고
길게 늘어선 벚나무 중의 2그루의 중심부가 흐릿하다.
여름이고, 습도도 꽤 높았으니 아지랑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 날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그건 달랐다.
주변은 또렷이 보이는데, 그 부분만 흐릿했다.
그런데 그 가로수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더위를 먹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더욱 더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아지랑이같은 것에서 5,6그루 떨어진 나무 옆에서
어떤 남자가 그 쪽 방향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흰 셔츠와 청바지, 크록스 차림의 심플한 옷차림을 하고
벚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바로 뒤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 남자가 이 쪽을 보며 히죽대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걸음을 빨리 해서 다시 캠퍼스로 돌아갔다.
학생 식당에서 식사나 하고 집에 가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 학교에 이상한 놈이 한 둘 있다해도 이상할 건 없지.
한 여름인데도 긴 팔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뭐였을까.
350엔짜리 가츠동 정식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르겠다.
혹시 그게 내 인생 최대의 심령 체험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조금 기분이 좋았다.
그런 걸로 기뻐하다니 나는 조금 변태 기질이 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걸 봤군."
갑자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 보았다.
그 남자였다.
나와 같은 가츠동 정식이 든 쟁반을 들고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가끔씩 그런 게 있지."
그렇게 말하고는 태연하게 된장국을 먹었다.
"놀랐나 보군. 아니면 무서워 하는 건가?
그 표정은 대체 무슨 감정이지?"
또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사람의 시각이라는 건 뇌의 후두엽이라는 곳에서 인식 하는 거야.
빛은 렌즈를 통과해 시신경을 거쳐 인식되지.
그런데 그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면 어떡하지?
눈에 보이고 있지만, 보려고 하질 않아.
보이지만, 뇌가 보이게 놔 두질 않아.
사람은 인식된 것만이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렇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거짓이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분명히 나이고, 사진에 찍혀 있는 나 또한 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인 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마 아무도 증명하지 못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가츠동은 정말로 이런 형상을 이루고 있는 걸까.
이 색깔이 맞는 걸까.
그걸 단언할 수 있나?
그건 이거랑 같은 거야."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너 견학하러 온 거지?
그게 보였다는 건 나름대로 좋은 거야.
너, 이 학교로 와라."
그 남자는 그 아지랑이를 보고 있었을 때처럼 또 히죽거렸다.
견학하러 왔다는 건 교복을 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다 먹지 않은 가츠동을 남기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하며 도망쳤다.
이런 학교에 내가 왜 입학해야 하지?
너무 위험하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견해를 가진 위험인물이었다.
세상엔 이런 변태도 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그 후,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보험삼아 지원해 둔 그 학교에 억지로 입학하게 된 것은
그 이듬 해 봄의 일이다.
+ 애니메이션 1화같아...
어서 2화를 내놓으란 말이야.....
이건 2화부터 엄청 흥미진진할 패턴이란 말이야...
늘 "사실은 말이야.. 이런 일이 있었어..."
언제나처럼 "실은 말이야.."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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