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간의 모든 이야기는 양심없는 무단 수집을 거부합니다. ⓒMuriel.
2011/05/23 (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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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세스코 꿈나무인데?
어렸을 때 선물로 받은 곰 인형.
등에는 지퍼가 달려 있어서 그 안에 조그만 물건을 넣을 수가 있었다.
자주 그 인형을 학교에 가져가 놀곤 했다.
어느 날 급식에 강낭콩 반찬이 나왔다.
나는 강낭콩을 싫어해서 당연히 강낭콩만 남겼는데
담임 선생님이 남기지 말고 모두 먹으라고 꾸중을 했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곰 인형 등에 있던 지퍼를 열어
곰 인형 안에 강낭콩을 집어넣었다.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했다.
강낭콩에서 해방된 안도감과 급식을 먹은 포만감 때문이었는지
학교가 끝나고 나자 곰 인형 안에 강낭콩을 넣었던 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시간이 지나 나는 곰 인형에 대한 흥미를 잃었다.
6월의 어느 무더운 날.
나도 모르게 방 구석에 굴러다니던 곰 인형에 눈길이 갔다.
등을 이 쪽으로 향한 채 마치 토라진 듯 굴러다니던 곰 인형.
그 곰 인형이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움직인다기 보다는 등 부분이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그것을 본 순간 그 날의 급식 때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이마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고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리고 퍼뜩 '태워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문지를 꾸깃꾸깃하게 만들고 그 위에 곰 인형을 두고는
신문지에 불을 붙여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걸 지켜보았다.
곰 인형이 서서히 불타 오르자 그 안에서 무언가가 새어 나왔다.
검은 것과 푸른 것.
처음에는 솜인가 했지만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 보자
크고 작은 바퀴벌레와 먼지벌레 무리였다.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윤활제를 가져와 뿌리고는
화염 방사기로 벌레를 태워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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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녀석... 세스코 꿈나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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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2 (Sun)
'심령 스팟 오프 모임'을 했을 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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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 스팟 오프 모임'을 했을 때 이야기.
심령 스팟에 대한 어느 지역 게시판에서 오프 모임을 하게 되었다.
장소는 그 지역에서 유명한 터널.
실행 날짜는 1주일 후 토요일.
나는 오프모임이라는 것을 처음 해 봐서
인터넷에서 알게 된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게 설레었다.
10월 8일
당일이 되어 집합 장소인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설레어 하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 사람들인 것 같은 어떤 무리를 발견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
옷차림도 미리 메일에 쓰인 그대로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사람들이 먼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서로를 확인하고 계획을 짜는 겸 가벼운 식사를 했다.
가게를 나설 때가 저녁 5시 쯤.
해도 거의 저물어 가고 있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터널까지는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등장인물(닉네임)을 소개하겠다.
-마치조 (나)
-켄타 (남자)
-민트 (켄타의 여자친구)
-에미
켄타의 차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민트는 조수석에 타고, 나와 에미는 뒷좌석에 앉았다.
에미와 나는 오프 모임에 참가하는 게 처음이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앞 자리의 두 사람은 커플답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 주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목적지에 도착했다.
심령 스팟이라 그런 지 역시 엄청난 분위기였다.
다들 얌전하게 사진을 찍거나 도시전설틱한 일들
(클락션을 몇 번 울려봄)을 하는 등 딱히 특이한 일을 하지는 않았고
한 시간 정도 지나고 슬슬 끝내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가는 길처럼 적당히 화기애애했었다.
돌아오는 길에 술집에 들러 뒷풀이를 했다.
어쩌다보니 밤 10시가 지나 해산.
처음에 모였던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나를 데려다 주었고
나는 가지고 온 내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 날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보았다.
즐거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기분이었다.
심령적인 게 아니라,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이였다.
그런 사람들의 차에 타고 인적없는 곳까지 갔다는 게 왠지 꺼림칙했다.
미묘하게 닭살이 돋았다.
그래도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이걸로 처음이자 마지막 오프 모임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집에 돌아 와 조금 쉰 후에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인사를 나누기 위해
그 게시판에 접속했다.
게시판은 이미 떠들썩했다.
10월 8일
마치조: 안녕하세요. 오늘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즐거웠습니다. 고맙습니다!
켄타: 앗, 마치조 씨 오셨군요(^O^)/
마침 아까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민트: 근데 심령현상스러운 일은 하나도 안 일어났죠.ㅎㅎ
에미: 결국 그냥 술자리가 되어 버렸죠.^_^;;
그래도 즐겁긴 했어요.o(^-^)o
그런 말들을 주고 받고 나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컴퓨터를 껐다.
마치조: 저는 오프모임을 처음 해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들 안녕히 주무세요~(^O^)/
3일 후에 게시판에 들어가 보니 '아히루'라는 신규 멤버가 있었고
다들 또 오프 모임 이야기로 들떠 있었다.
나도 글을 써 볼까 했지만, 함께 하자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거절해야 할 지도 신경쓰여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 다음 날부터는 일이 바빠서 한동안 인터넷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일도 어느 정도 잠잠해 지고 오랜만에 다시 그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무슨 일이지?
켄타가 무척 화를 내고 있었다.
11월 30일
켄타: 진짜 이상한 놈이네! 처음부터 태도도 나쁘더니. 진짜 재수없어.
에미: 나도!! 초면에 헌팅같은 짓이나 하고.(-.-;) 완전 저질이야.
민트: 그 사람 상식이란 게 있긴 한 거야? 처음부터 더치페이라고 했는데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그래서 우리 돈으로 다 냈잖아!
아히루: 그 사람이 그렇게 나쁜 사람인가요? 그 마치조라는 사람.
에미: 아히루 님. 이제 그 이름 꺼내지도 말아요. (-.-;;)
이름만 봐도 짜증나니까!!
뭐?
마치조라니... 나 말인가?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몇 번을 읽어 보아도 욕을 먹고 있는 건 '마치조'였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혼란스러웠다.
머리를 식히고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1. '마치조'라는 다른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2. 이미 이 닉네임을 쓰던 사람이 있다는 걸 모르고 어떤 사람이 이 닉네임을 쓴 게 아닐까.
3. 여기는 게시판이니, 로그 내역이 남아 있을 것이다.
과거 로그 내역을 검색했다.
10월 초부터 살펴 보기 시작했다.
10월 8일
마치조: DELETE
켄타: 너 왜 왰어? 참 할 짓도 없는 놈이네. (-_-)
민트: 진짜 재수없어. 넌 니가 욕 먹는 지도 모르는 거야?
안 오면 될 텐데.
에미: ... 저 갈게요. 켄타 님, 민트 님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10월 20일
마치조: DELETE
켄타: 마치조 님. 너무 하시네요~ 꼬랑지 빠지게 도망이나 치시고. ^^
민트: 마.치.조.님! 에미 님 찾는 거 힘들었어요!(-_-#)
에미: 진정하세요 ^-^;;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뭘.
일행에서 멀어진 제가 잘못한 거죠. 조금 무섭긴 했지만...
마치조: DELETE
11월 12일
마치조: DELETE
켄타: 당신 말이야.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여자 애를 혼자 두고 없어지다니.
민트: 이젠 됐어. 이제 여기 못 오게 하면 되지! (^0^)/
마치조: DELETE
아히루: 저는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한 마디 할게요.
마치조 님 진짜 너무하시네요.
기본적인 상식이라는 게 있잖아요? 네티켓이라는 게.
마치조: DELETE
에미: 음.. 이젠 더이상 두둔해 드릴 수가 없겠네요. (T_T)
망연자실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다른 날들은 로그 내역이 완전히 삭제된 날도 있었고
남아 있다고 해도 내가 쓴 글은 모두 삭제되어 있고
게시판 사람들은 모두 내 욕을 하고 있었다.
닭살이 돋았다.
나는 오프 모임에 참가한 날 이후부터 한 번도 글을 쓰지 않았고
10월 8일에는 모두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왜...
얼마 지나자 화가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 운영자는 대체 뭘 하는 거야?
나한테 장난이라도 치는 건가?
운영자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 보기로 했다.
적어도 저 세 사람의 오해는 풀고 싶었다.
당시에 쓰고 있던 내 컴퓨터는 지금 것보다 성능도 용량도 후져서
한 번 껐다가 e 메일을 보내지 않으면 렉이 심하게 걸려서
한 번 컴퓨터를 재시작하고
한 번 컴퓨터를 재시작하고
거의 1시간을 들여 메일을 작성했다.
그 세 사람의 오해를 풀기 위해서는
운영자가 해명을 해 주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신사적으로 흥분을 억눌러 성의를 담아 글을 완성했다.
그리고 작성 버튼을 눌렀다.
404 not found
이게 끝이다.
오프 모임을 한 날 느꼈던 불길함은 이 일의 전조였는 지도 모른다.
아마 누군가가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좋다.
다만,
그 세 사람. 아니 넷? 다섯?
그들이 지금도 인터넷 상에서 오프 모임을 계획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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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1 (Sat)
재작년 겨울
크리스마스가 시작될 무렵 12월 10일~ 31일 즈음에
큰 역 근처에 있는 어떤 백화점 앞에서
요즘들어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어느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노상 판매하는 일을 맡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던 용역 업체를 통해 파견되었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사람이 많아져서
이대로 가다가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망하겠구만.'
하고 점장이 궁시렁댔지만
나름 책임감이 강했던 나는
내가 맡게 된 이상 매상을 끌어올려 보이겠노라며 꽤 진지하게 일했다.
백화점은 아침 10시에 개점했기 때문에
9시 반에는 건물 안에 들어가서 노상 판매를 위한 준비 물품을 꺼내
10시에 백화점이 개점하는 것과 동시에 업무가 시작된다.
밤 8시까지 하루 종일 백화점 바깥에 서서 판매를 하게 되는데
화려한 백화점 앞에서 하루종일 일을 하다 보면
정말로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온 몸에 핑크색 옷가지와 악세사리를 걸친 화려한 사람,
늘 누군가에게 걸려 넘어지는 할머니,
겉모습은 평범한 중년 아저씨인데
거의 하루종일 백화점 앞을 얼쩡거리면서
늘 불도 안 붙은 담배를 들고 있는 아저씨.
그런 사람들은 절대 카메라를 사지 않았다.
그리고 눈이 마주치면 혹시라도 귀찮은 일이 생길 지 모르니
관심을 두지 않으려 신경쓰며 일을 했다.
그런데 다양한 사람들 중에서
신경쓰이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키는 멀대같이 크고(180이 조금 넘어보였다.)
살짝 마른 체형의 중년 아저씨.
중년이라고는 해도 머리카락은 부스스했고
수염도 덥수룩하게 나 있고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안경을 벗으면 의외로 젊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아니면 아예 할아버지였을 수도 있다.
나이를 정확히 짐작할 수가 없었다.
늘 정신을 차려보면 여기저기에 나타났다가 또 사라지곤 하는
신출귀몰한 아저씨였다. 무직인 것 같아 보였다.
가장 이상했던 점은
꽤 추운 날씨여서 다른 사람들은 다들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그 아저씨만은 언제나 옅은 하늘색 셔츠 한 장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늘 같은 차림새였다.
부랑자 치고는 옷도 깔끔해 보였고
어쨌든 이상한 느낌이 드는 아저씨였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다면 대충 그러려니 했을 텐데
그 아저씨가 정말 이상하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그 '옅은 존재감'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그 남자는 늘 '역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꽤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속에서 역행을 하면서도
신기하게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걸 본 적이 없다.
신기하게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걸 본 적이 없다.
애초에 그것보다도
아무도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는 키가 커서 늘 사람들 무리 속에서도 머리가 튀어나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 때는 그렇게 똑똑히 보이는 사람을
차마 유령일 지도 모르겠다고 의심을 품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일을 시작하고 1주일이 조금 지났을 무렵.
나는 지각만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데
일이 조금 익숙해 지기 시작해 져서 방심한 건지,
아침에 조금 늦잠을 자 버렸다.
백화점까지는 스쿠터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늘 적어도 9시 전에는 일어났었다.
그런데 그 날은 10시 조금 전에 일어나서
제대로 준비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 때 평소랑은 다른 위화감이 들었다.
스쿠터로 큰 길을 달려갔는데, 스쳐 지나가는 차가 한 대도 없었다.
약간 시골이라 차가 늘 막히는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차가 한 대도 없는 것은 이상했다.
그렇지만 지각 직전의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길이 뻥 뚫려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백화점에 도착했다.
도착해 보니 10시였다.
급하게 달려왔지만 결국은 조금 지각을 해 버렸다.
점장에게 머리숙여 싹싹 비는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보면서
직원용 출입구에 들어가려 했다.
그런데 직원용 출입구 문이 열리기는 했지만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평소같았으면 경비원과 접수 담당자가 꼭 있었을 텐데
그 누구도 없었다.
그 때 '뭔가 이상하다'는 이상 징후를 느꼈다.
백화점 내부에는 조명도 켜져 있었고 음악도 흐르고 있었다.
거기까지는 이상할 게 없었다.
그런데......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갑자기 불안해 져서 '백화점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서둘러 달리기 시작했다.
백화점 정문을 향해 달렸다.
늘 판매 업무를 하던 곳은 정문 바깥이었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러자 놀랍게도 판매 물품들이 제대로 세팅되어 있었다.
나는 대체 이게 무슨 일인 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잠시 그 물품들을 쳐다보며 멍하니 서 있었지만,
갑자기 내 휴대폰이 울렸다.
액정을 보니 발신 번호가
'발신번호 표시 제한'도 아니고 '공중전화'도 아닌
'NOBODY'라고 찍혀 있었다.
물론 내 전화번호부에 'NOBODY'라고 저장한 사람은 없었다.
무서웠지만 그 전화를 받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서
굳게 마음을 먹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이런 데 있어?"
낮게 웅얼거리는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사람이 뭔가를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이런 데라뇨? 일하러 왔는데 아무도 없어서..."
하며 허둥지둥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연결돼 버린 건가..."
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남자의 반응을 신경쓰면서도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안다는 건 근처에서 나를 봤다는 뜻일 거라 여겨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러자 정문에서 왼쪽으로 뻗어있는 도로 건너편에서 누군가가 걸어오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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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를 본 순간
그가 나를 도와줄 범인(凡人)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는 뒤로 걸으면서 이 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다가올 수록 그 사람이 '그 남자'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옅은 하늘색 셔츠에 청바지,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그 남자.
휴대폰을 들고 있는 것 같다.
전화를 건 것도 이 남자였다.
나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그냥 휴대폰을 쥐고 그 남자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자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다.
마치 빨리감기를 하는 것처럼 빠르게 이 쪽을 향해 뒷걸음질치며 다가왔다.
나는 너무 겁이 나서
손에 힘이 빠져서 쥐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리고 털썩 주저앉고는
그 자리에서 눈을 질끈 감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어느 샌가 나는 기절. 혹은 잠이 들어 버린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내 방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지지리도 이상한 악몽을 꿨구만...
시간을 확인하려 휴대폰 액정을 보았다.
10시 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으아아악!! 지각이다!!!"
허둥대며 급히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 때, 역시 그건 꿈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에는 역시 평소만큼의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물론 직원용 출입구에는 경비원과 접수 담당자도 있었다.
나는 허둥지둥 노상 판매 물품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미 물품은 세팅되어 있었고, 점장이 나 대신 판매를 하고 있었다.
나는 빌고 또 빌면서 사죄했다.
점장은 마음씨 좋은 분이어서 "괜찮아 괜찮아"하며 웃으며 용서해 주었지만
나는 너무도 죄송해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아래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했다.
발치에 플라스틱 커버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왠지 눈에 익은 물건이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내 휴대폰을 꺼내 뒷면을 보자
내 휴대폰 배터리 커버가 벗겨져 있었다.
떨어져 있던 커버를 끼우자...
딱 맞아 떨어졌다.
'언제 떨어뜨렸지? 꿈 속에서 떨어뜨리긴 했지만.. 설마...?!'
그리고 휴대폰 액정을 보자 시계는 계속 10시 8분을 표시하고 있었다.
불길해서 버튼을 이것저것 눌러봤지만
작동이 되질 않았다. 고장이 난 것이다.
젠장...
짧게 욕지거리를 뱉으며 주위를 둘러 보자
인파 속에 평소처럼 역행을 하던 그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인파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를 본 것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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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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