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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4 (Sat)
친구 B에 대해 다시 한 번 간략히 설명.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올 8월에 엄청난 일이 있어서 다시 투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 우물 사건을 투고했을 때 나왔던 대학 친구 중 C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B가 요즘 한가해서 그런 지, 옛 친구들이 보고 싶어져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대학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인 지,

 

C도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B와 통화를 하고 나니 우물 사건이 떠올라 직장에서 재미삼아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여자 동료가 C를 불러서, 함께 그 동료의 지인인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아는 사람 중에 위험한 것에 씌어 있는 사람이 있다.

스님, 신관, 영능력자도 모두 퇴치에 실패했다.

 B의 그것의 힘을 빌리고 싶으니, B에게 연락을 해 줬으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

 

 

 

 

C는 우물 사건밖에 몰랐다.

 

다시 말해, B의 그것이 우리를 지켜주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는, B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며

 

나와 A를 함께 만날 것을 추천했다.

 

 

나와 A는 이야기를 해 보고, C와 그 남자(H)를 만났다.

 

반지 사건, 흰 기모노 사건, B의 집에 대해 설명을 하고,

 

B에게 붙어 있는 것은 B자신도, 그 누구도 억제할 수 없으며

 

악령이나 저주는 튕겨내기만 할 뿐이고 쫓아내 주지도 않으니

 

주위에 피해가 돌아갈 테니 그만 두라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H도 '그런 것들이 보이는' 사람인 지,

 

B가 흰 기모노를 입었던 어릴 적 사진(④편 참고))을 보여주자

 

한 눈에 봐도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

 

 

"........ 이거 엄청나군. 정말로 살아있긴 한 거야? 지금까지? 

 

이게 뭐지? 산신인가? 이런 게 노리고 있는데도 무사하다고? 

 

그렇다면, 정말 가능할 지도 몰라..."

 

 

H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우리가 아무리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해도 듣지 않고

 

끊임없이 B의 그것에 대해 물어 왔다.

 

 

다른 '보이는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었는 지, A는 주저하면서도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감각에 대한 단어가 많았다.

 

"단단한 정도는?  뚜둑 하는 느낌인가?"

 

"그렇지도 않고, 한기가 든다던지, 일그러진 느낌도 없고,

 

그저 오싹하기만 한데, 

 

분명 거기에 있긴 한데 왜 기척이 안 느껴지지 하는 이상한 인상...."

 

 

"정말로? 그러면 까끌까끌 문지르는 듯한 느낌은 있어?"

 

 

"그런 것도 없어. 매끈한데, 침식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어."

 

 

대충 이런 느낌의 무슨 말인 지 알 수 없는 대화 끝에 H는

 

 

"....... 나도 전혀 아무런 짐작을 못 하겠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정말로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를 하고

 

그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며칠 후 토요일,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부터 C를 만나려 하는데 함께 만나지 않겠냐고, B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C가 '귀신이 나오는 집이 있으니 괜찮으면 나와 A에게도 권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바로 집을 나섰고,

 

A와 만나 B에게 들은 약속 장소로 나가니, H가 히죽거리며

 

"미안. B랑 B는 나중에 올 테니까, 일단 차 타."

 

 

 

 

차 안에서 설명을 들었다.

 

 

 

 

"내가 아는 '귀신 나오는 집'이 있으니까 와 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바로 OK 하더군. 

 

쿨한 남편을 뒀어.

 

'옛 친구들이랑 담력 테스트를 한다고? 알았어. 재미있게 놀다 와.' 하더니

 

직접 애까지 보고 있겠다는 군.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야겠어."

 

 

 

H의 목적지는 고급 주택가 담장에 둘러싸인 거대한 호화 저택이었는데,

 

차가 멈추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A의 얼굴빛이 새파랬다.

 

 

"미안. 그래도 우린 외부인이니 괜찮을 거야. ,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H가 어서 내리라고 재촉하자 내키지 않는 듯 느릿느릿 내린 A는

 

그 저택을 올려다보고는 경련이 일어난 얼굴로 H를 바라 보았다.

 

"......진심이야?"

 

"그래. 이 집 아줌마가 우리 엄마 친구야. 그런데 그 아들이 완전히 맛이 갔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사람은 자유로워 질 지 몰라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게 될 거야."

 

"그래서 나도 생각을 해 봤어. 

 

도망갈 수 없는 곳에 집어 넣어서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되잖아?

 

한 쪽이 완전히 끝장날 때까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현관 문이 열리고

 

집 안에서 중년 아주머니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안내받은 방에 있는 남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남자는 벽을 보고 서서, 눈에는 거의 흰자위만 보이도록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는 살짝 올라가 히죽거리는 듯 했고,

 

얼이 빠진 듯 계속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눈매가 정말 무서웠다.

 

 

 

 

 

"이게 이 집에 나오는 유령이야."

 

라고 말했으면, 아마도 나는 바로 믿었을 것이다.

 

A의 얼굴도 새파래져 있었다.

 

 

 

"본거지는 어디야?"

 

A가 묻자, H는 끄떡도 없다는 듯 웃고는

 

"그게 가장 문제야. 

 

알 수가 없어. 어느 날 보니까 씌어 있었어."

 

 

 

나중에 둘에게 들으니, 그 집 아들(I)에게 붙어 있던 것은

 

여러 명의 영들이 원념을 매개로 융합한 것이라고 한다.

 

꽤 오랫동안 생물이 아닌 것에게 붙어 있었는 지,

 

본체라고 해야 할 지, 신물(神物:신령이 머무는 나무, 돌, 동물 등)이라고 해야 할 지,

 

I에게 붙기 전에 씌어 있던 곳이 있을 텐데,

 

그게 제령할 때에 단서, 또는 토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붙은 건 지 알 수 없어서 제령의 단서가 없어

 

영능력자들이 포기했다고.

 

H의 대답은 들은 A는 더욱 더 질린 얼굴이었다.

 

 

 

"……이 사람 괜찮은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았어?"

 

 

"아.... 직전까지 간 적은 있는데, 지금은 좀 전에 왔던 사람이 몸 안에 눌러 놔 준 모양이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차 소리가 났다.

 

C가 B를 태우고 온 차였는데,

 

역시나 B은 차 안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H가 B를 부축해서 방 안으로 데려가 바닥에 뉘이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 후에 그 집 아주머니가 I를 데려 와, 한창 곯아떨어진 B와 얼이 빠진 I를 남겨 두고

 

우리는 그 방을 나왔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잠든 유부녀와 정신나간 남자를 한 방에 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H의 망설임없는 태도와, 무슨 일이 있더라도 B는 무사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 때는 유유낙낙 내버려 두었다.

 

 

문을 닫고, H가 방문에 등을 붙이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A가 나에게 기대고, 아주머니가 복도 너머로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 부수고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벽이 무너진 거 아닌가 싶을 정도의 굉음에 섞여

 

쨍그랑하는 유리나 찻잔이 깨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H는 덜컹이는 방문에 등을 붙이고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C도 미리 무슨 말을 들었는 지, 불안해 보이긴 했지만,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무도 꼼짝않고 기다리기만 계속하다가

 

어느덧 방 안에서 나던 소리가 잦아들었다.

 

바로 안쪽에서 누군가가 흔들고 있는 것처럼 방문이 덜컥덜컥 흔들리고,

 

날카롭고 초조한 듯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살려 줘!! 제발... 제발 좀 살려 줘!! 어서!!! 빨리!!! 제발 내보내 줘!!"

 

 

 

 

A가 고개를 들어 H를 보며

 

"저기, 이만하면 된 거 아냐? 내보내 주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어 

 

"저기, 그 사람(I) 이제 제 정신 돌아온 거 아니야?"

 

하고 말을 거들었지만, H는 잠시 우리를 쏘아보고는 

 

"아직"이라고 말했다.

 

 

 

그 후로 시간이 얼마 더 지나, 방 안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게 되자

 

H는 그제야 일어서서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H가 B를 뉘이고 나왔을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무서진 물건이나 옮겨진 물건도 없고, B가 방 한 가운데에 大자로 뻗어 자고 있을 뿐.

 

아까의 그 시끄러운 소리를 냈을 법해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리고 H가 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고 있던 I에게 다가갔다.

 

 

"어이, I. 나 누군지 알겠어?"

 

"어.... H? H!!"

 

멍했던 눈이 초점을 되찾자 I는 어린아이처럼 H에게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H, 괴물이 있어!! 진짜야!! 

괴물이 날 덮쳐서 나를 죽이고..."

 

"...응. 알아."

 

안심시켜주려는 듯 H가 I의 어깨를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그 때, 내 옆에 서 있던 A의 몸이 기우뚱하는 것이 보였다.

 

당황하며 A를 받쳐 든 나에게 H가

 

"아, 미안. 거실로 데려가. 여긴 좀 힘들 거야." 하고 말했다.

 

C와 함께 A를 거실로 데려가면서 알아차렸다.

 

 

 

아까 H와 이야기하던 I의 목소리.

 

시끄러운 소리가 그치기 전에 방 안에서 들렸던 목소리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그 후 A가 정신을 차리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잠들어 있는 B를 A의 집으로 옮기고 B의 남편을 불러 A를 넘겨 주었다.

 

이상한 의심을 받기 싫어서, 나와 C,H 남자들은 모두 자리를 피했다.

 

B의 남편은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곯아떨어진 아내를 챙겼다.

 

 

"또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알고 계실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수면장애라는 거 있지 않습니까?

 

갑자기 풀썩 쓰러져 자기 시작하는데 좀처럼 깨어나지 않기도 합니다.

 

장모님께 어렸을 때는 종종 그런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좀처럼 그런 일도 없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고,

 

가스같은 위험한 건 자기 전에 꼭 잠궈 두고,

 

애랑 같이 있을 때엔 한 번도 그런 일 없었고,

 

쓰러지는 것도 아니라서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아서

 

저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연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A가 말하길,

 

 

"가스나 불같은 건 전혀 문제가 안 될 거야.

 

B가 잠그지 않아도 반드시 그게 어떻게든 할 테니까.

 

아이랑 같이 있을 때는 안 그런다는 건 좀 의외였어.

 

애가 생기고부터는 B가 위험한 장소에 가지 않거나

 

위험한 걸 사지 않게 된 걸까."

 

 

 

H는

 

"제아무리 B라도 자식을 내버려두고 곯아떨어지는 건 

 

B의 잠재 의식이 거부하는 거 아닐까?

 

그거, B의 의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

 

무의식 속으로 파고들지 않으면 잠들게 하지도 못할 테고.

 

B가 아니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 거겠지.

 

아이는 다른 사람한테 맡기지 않으면 안 되고,

 

가족과 함께 있지 않으면 전력을 풀 가동해서 싸울 수 없는 불편한 환경이야.

 

그것이 그저 방을 필요로 했을 뿐이라면, 진작에 방 뺐을 거야."

 

 

 

 

그 때 방 안에서 들렸던 목소리에 대해서도 둘에게 물어 보았다.

 

둘 다 같은 의견을 보였다.

 

 

"융합했던 영들 중 하나가 소멸의 위기에 처하자 자아를 되찾았다."고 한다.

 

 

그 방은 사전에 H가 손쓸 수 있는 연줄과 지식을 총동원해, 부탁할 수 있는 사람 모두에게 부탁해

 

몇 겹이고 결계를 쳐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울타리 안에서 B에게 깃들어 있는 그것과 I에게 씌어 있는 것이

 

피할 수 없이 가까운 거리에 놓여

 

서로를 공격하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격렬한 싸움을 펼쳤다.

 

결과는 역시, B의 그것의 승리.

 

 

 

살려 달라며 소리쳤던 건

 

도망칠 곳 없는 울타리 안에서 B의 그것과 싸우며

 

두 번째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던 누군가의 영혼이었다.

 

 

 

 

충격이었다.

 

성대를 가지지 않았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히 들렸다.

 

그리고 A가 쓰러진 건

 

영적으로 비유하자면 '유혈 참사 현장'을 봤기 때문이었다.

 

그 영들이 어떻게 되었냐고 묻자, 둘 다 아무런 대답을 해 주지 않았다.

 

 

 

 

 

 

 

 

그 이야기는 대략 이렇게 끝이 났다.

 

B는 그 다음 날 아침 깨어나 콧노래를 부르며 아침식사를 만들었고

 

I는 정신과에 다닌다고 하는데, 전과는 달리 대화도 가능하고 

 

치료한 만큼 차도가 보여서 I의 어머니도 몹시 기뻐했다.

 

참고로 C는 H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별로 B와 연락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융합한 여러 명의 영들'에 대해

 

 

 

 

 

'아마도 반 세기 이상 지났지만 아직 100년은 지나지 않았고,

 

모두 손톱이 벗겨져 있었다'고 한다.

 

더 이상은 A도 H도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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