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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모든 이야기는 양심없는 무단 수집을 거부합니다. ⓒMur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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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9 (Thu)
고등학교 때 내가 다니던 학교에 사망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 한 명이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렸는지,
 
아침 일찍 출근하던 선생님이
 
건물 옆 쪽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망 시각은 전날 저녁 무렵이라고 했다.
 
학생이 발견된 그 날 1교시는 긴급하게 교무 회의가 열렸고
 
그 후 바로 강제 하교 결정이 났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선배라서 처음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그 사람과 같은 반은 패닉 상태가 되었다.
 
사망자는 3학년이었던 '이토'라는 사람이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배려심도 있고 싹싹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우리 반에도 몇 명인가 아는 사람이 있었는데 다들 눈물을 흘렸다.
 
다음 날부터 3일간 임시 휴교를 했다.
 
표면 상의 이유로는 '학생들이 진정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했지만
 
그보다는 진상이 명백히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든 사고인지, 사건인지, 자살인지
 
처음에는 그것조차 결론이 나지 않았다.
 
경찰이 현장 보존을 겸해 휴교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선 어디서 떨어진 것인 지부터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교실(5층) 창문 밑에 쓰러져 있었다는데
 
낙하 장소 바로 위의 창문은 그 교실을 포함해 모두 닫혀 있었다.
 
옥상 문도 잠겨 있었다.
 
누군가가 사람이 떨어진 줄 모르고 창문을 닫아버렸겠지만
 
어쨌든 옥상 펜스나 교실 창틀에
 
타고 넘어간 흔적이나 뛰어 넘은 흔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두지도 않았고
 
본인이 잘 신고 있는 상태였다.
 
임시 휴교가 끝나자 그 외에도 몇 가지 정보가 귀에 흘러들어왔다.
 
자살 원인은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야구부 주장이었고 덩치도 좋고 힘도 센 사람이어서
 
밀어 떨어뜨리는 건 힘들 것 같고
 
사인은 전신 타박상인데, 그것과는 따로 후두부에 커다란 상처가 있었다고 한다.
 
본인의 자전거가 분실되었고, 아직 찾지 못했다. 등등
 

 
 
 
1주일 정도가 지나자 경찰이 자살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토의 가족과 반 친구들은 납득하지 않았다.
 
당시 내 여자친구였던 다나카는 
 
나와 같은 반이었고 야구부의 매니저였다.
 
그녀 역시 자살이라는 결론을 믿지 않았다.
 
다나카는 이토가 죽던 날에도 이토와 이야기를 나누었고
 
자살할 것 같은 조짐은 전혀 없었다고 단언했다.
 
다나카는 이토에게 자주 신세를 졌다고 했고
 
사건 후에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눈물을 흘리곤 했다.
 


 
 
 
 
사건 후 한 달 정도 지났을 무렵
 
이번에는 다나카가 죽었다.
 
사인은 이토와 같았다.
 
우리 반(4층) 창문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역시 자살 동기는 알아낼 수 없었고
 
후두부에는 상처가 있었으며 자전거가 분실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반 창문이 열려 있어서 
 
거기서 떨어졌다는 추측을 할 수 있었지만
 
뛰어넘을 때 생기는 족적이 창틀에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나는 다나카의 장례식 날 밤에 평생분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반쯤 정신이 나갔었다.
 
경찰보다 먼저 범인을 잡아서 죽여버리겠다고 다짐했다.
 
경찰은 이토가 자살했다는 결론을 철회했다.
 
학교는 무기한 휴교 처분이 났다.
 
휴교 중에는 담임 선생님이 가끔 가정방문을 하러 왔다.
 
그 때마다 경찰 수사 상황을 물어 보았지만 
 
"썩 만족스럽게 진행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화가 난 나는 어느 날
 
현장을 한 번 자세히 조사해 보려 학교로 향했다.
 
아무 소용없는 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다나카의 사체 발견 현장에 꽃다발을 놓고 교무실로 갔다.
 
담임을 비롯한 선생님들은 매일 출근을 하는 것 같았다.
 
담임 선생님은 '다시 한 번 더 현장을 보고 싶다.'는 내 무의미한 부탁을
 
묵묵히 들어 주셨고 교실 열쇠를 건네 주셨다.
 
나는 오랜만에 우리 반으로 향했다.
 
교실에 도착해서 열쇠로 자물쇠를 따고 문을 열었다.
 
그러자 교실 안에서 바람이 불어 왔다.
 
교실 창문이 열려 있었다.
 
교실 앞에서 두 번째 창문.
 
다나카가 죽었을 때 열려 있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저녁 노을이 교실 안에 가득했고, 그 노을 속에 다나카가 있었다.
 
예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이 쪽을 향해 서 있다.
 
그리고
 
"후지무라"
 
내 이름을 불렀다.
 
다나카가 맞다.
 
역광을 받아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틀림없는 다나카다.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오늘 학교에 와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런데 눈물이 나질 않았다.
 
며칠 전에는 그렇게도 줄줄 흘렀던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발도 움직이지 않았다.
 
마음 속으로는 열렬하게 기뻐하고 있는데
 
그 안에 있는 감각이 머리와 몸 사이를 차단하고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
 
뭔가가.
 
 
...뭐가?

 
 
왜 다나카는 내 이름만 부르고 서있는 거지?
 
이 쪽으로 오질 않는 거야?
 
왜 다나카는 잠긴 교실 안에 있었지?
 
왜 다나카는 맨발이야?
 
왜......
 
다나카의 이름을 부르고 싶은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나도 모르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너, 누구야?"
 
역광때문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입매는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옅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는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 나를 힐끗 쳐다보고는 
 
다나카는 발길을 돌려 
 
가볍게 창틀을 뛰어 넘어 활짝 열린 창문 아래로
 
한 순간에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떨어졌다.
 
겨우 제 정신이 들어 서둘러 창문 쪽으로 달려갔다.
 
아래를 내려다 보려고 했다.
 
'다나카는 두 번 죽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런데 문득 발길을 멈추었다.
 
왠지 '저' 다나카가 뛰어내린 창문에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옆에 있는 교실 가장 앞 쪽의 창문을 열고
 
거기에 몸을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 순간, 얼굴 바로 왼쪽을 지나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게 뭐였는지 그 순간에는 몰랐다.
 
그 직후에 바로 아래에 다나카를 위해 놓여 있던 꽃다발에
 
자전거가 부딪쳐 산산이 부서졌다.
 
어슴푸레 어두웠지만, 그게 내 자전거라는 것은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칫."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왼쪽 위를 올려다 보자
 
학교 건물 벽에 도마뱀처럼 네 발로 거꾸로 들러붙어 있는 다나카가 보였다.
 
이번엔 저녁 노을 빛에 비친 다나카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웃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자세를 바꾸어 스스슥 옥상으로 사라졌다.
 
옥상 너머로 케케켁하는 웃음 소리가 들렸다.
 
 
 
 



 
 
 
일단 사정을 모두 선생님과 경찰에게 설명했지만
 
아무도 내 말을 믿어 주지 않았다.
 
결국은 내가 범인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와서
 
결국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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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8 (Wed)
지난 주에 겪은 일이다.
 
나는 대학생이고 내 이름을 S라고 칭하겠다.
 
마침 한 달 전에 면허를 따서 아버지 차를 빌려 
 
같은 동아리 친구들과 근처 해안에 불꽃놀이를 하러 가기로 했다.
 
우선 동아리실에 가서 친구들을 모두 태우고 고속도로를 탔다.
 
마침 터널 부근이었다.
 
야간 정비 때문이었나
 
아무튼 속도 제한이 있어서 70km정도로 달리고 있었다.
 
뒷 좌석에서 담배를 피고 있던 후배 녀석이
 
갑자기 엉뚱하게도 큰 소리로
 
"선배. 속도 좀 더 올리는 게 어때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초보 운전이었고, 과속 감지 카메라에 찍히는 것도 싫어서
 
대답을 애매하게 하고 적당히 흘려보냈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조수석에 앉아 있던 선배가


 
"야 S. 잔말말고 속도 좀 올려. 밟아."


 
선배도 왠지 흥분해 있었고
 
말하는 속도도 조금 빨랐지만
 
마지막 부분은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천천히 한 음절 한 음절에 악센트를 담아 이렇게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앞만 쳐다 봐!"
 
나는 뭐가 뭔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의 상태가 이상해 보여서
 
무심코 힐끔 백 미러를 쳐다 봐 버렸다.
 
무언가가 보였다.
 
엄청난 속도로 이 쪽을 향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겁이 나서 악셀을 밟았다.
 
물론 앞만 쳐다보도록 신경쓰면서.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터널 안을 지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카 스테레오 소리가 사라졌다.
 
뒷 자리에 앉아있는 후배 두 명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소리,
 
선배가 불경같은 걸 중얼중얼 외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분명히 록을 걸어 둔 차창이 스윽 소리도 없이 열렸다.
 
꽤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보고 말았다.
 
그 녀석은 여고생이었다.
 
눈꼬리는 치켜 올라가 있고, 입으로는 힘겹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한참 전에 유행한
 
얼굴은 검게 태우고 눈은 요란하게 칠하는 화장법.
그리고 굽이 높은 부츠의 따각따각거리는 소리.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는 그 녀석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 녀석은


 
"뭥미? 안경이네??

완전 구려.

다음 번엔 조심하삼.

다음엔 당신 머리통을 가져 갈 거야.

완전 레알 나 지금 짱나기 5초 전이거등?"
 


 
그 녀석은 그렇게 말하고 내 차를 앞질러 갔다.
 
추월당한 직후부터 우리는 속도를 늦추었고
 
터널을 빠져나갈 즈음에는 50km정도로 달렸다.
 
그 녀석에게 가까워 지지 않도록.


 
그리고 가장 가까운 휴게소에 차를 세운 우리는
 
따뜻한 음료를 마시면서 아까 그 녀석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랬더니 어떤 트럭 운전수가 다가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아까 그 녀석은 '토시코'라는 이름이고
 
몇 년 전부터 출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사이타마에 있었다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온 일본을 돌아다니고 있으며
 
시코쿠, 큐슈에서 목격한 운전자도 있다고 한다.
 
(목격 정보는 무선을 통해 공유된다.)
 
그런데 안경을 쓴 남자는 '처음 한 번만' 봐 준다.
 
나는 운전을 할 때만 안경을 쓰기 때문에 운좋게도 무사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고속도로는 이용하지 못하겠다.
 
 
 
이건 트럭 운전수에게 마지막으로 들은 이야기이다.
 
작년 말에 고속도로 고가 도로에서 아래로 떨어져
 
납작 찌부러진 트럭이 있었는데,
 
사고를 당한 운전석에 혈흔이 전혀 없었다.
 
그 운전수가 무선으로 남긴 마지막 말이





 
"따라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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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야맘바도 무서운데, 야맘바 귀신은 얼마나 무서울까...seal_buerk.jpg

 
2011/05/17 (Tue)
이건 나의 참회이기도 하다.
 
 
꽤 오래 전 일이다.
 
고등학교 때 친했던 친구를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반가워서 함께 술을 마시러 가기로 했다.
 
그 때는 나와 그 친구 둘 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방송국 쪽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연예인 누구누구를 봤다며 자랑을 했었다.
 
 
생각보다 사는 곳이 가까워서 그 후로 종종 만나서 놀게 되었다.
 
어느 날
 
그 친구가 흥분한 기색으로 이상한 물건을 가져 왔다.
 
 
 
비디오 테잎과 지저분한 서류였다.
 
라벨에는 '심령 폐허에 도전하다!' 라는 문구가 매직으로 휘갈겨져 있고
 
그 위에 붉은 매직으로 크게 X자가 그어져 있었다.
 
함께 있던 서류는 방송 대본이었다.
 
날짜는 꽤 오래 전이었고
 
심령 붐이 일었던 무렵이었다.
 
 
친구는 보관고의 재고품 속에서 그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물품을 나르다가 우연히.
 
 
 
비디오는 보통의 비디오 데크로는 재생할 수 없었다.
 
영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보았는데
 
내용물은 모두 지워져 빈 테잎이었다.
 
 
 
 
 
마침 골든 위크가 끝나갈 무렵이라 도로도 뻥뻥 뚫려 있어서
 
친구가 탐험을 떠나자고 말을 꺼냈다.
 
당시의 나는 심령 현상을 완전히 부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가볍게 '재밌겠네' 생각하고 승낙했다.
 
 
친구가 4WD 차를 빌려 왔다.
 
그래서 뻥뻥 뚫린 고속도로를 타고
 
대본에 쓰여 있던 곳으로 향했다.
 
 
그 장소가 우리의 흥미를 끌었다.
 
보통은 사람이 죽은 폭포라던가 
 
자살하는 사람이 많은 다리이거나 그런 곳이 많은데
 
그 곳은 국가 시설이었던 곳이었다.
 
시험장이었던 곳.
 
이 이상은 공개할 수 없다.
 
 
 
기획도 중지되었고
 
장소도 특이해서
 
친구는 '이거 진짜 귀신 나오는 거 아니냐'며 흥분했다.
 
목적지는 엄청나게 깊은 산 속이었다.
 
희미하게 남아 있는 바퀴 자국을 따라
 
4WD를 타고 잡초 덤불 사이를 달렸다.
 
급경사면을 달려 도착한 곳의 거의 벼랑에 가까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송국 측에서 지나다니기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이었던 것 같다.
 
정면에 커다란 게이트가 있었고 봉쇄되어 있었다.
 
 
 
더 이상은 못 가겠다고 생각했을 때, 갑자기 탁 트인 곳이 나왔다.
 
엄청나게 큰 건물이 있었다.
 
사람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폐허같지도 않았다.
 
창문도 멀쩡했고 낙서도 전혀 없었다.
 
오히려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듯한 깨끗한 느낌이었다.
 
친구는 갑자기 흥분이 가라앉은 모양이었다.
 
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며 겁에 질려 있었다.
 
확실히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긴 했다.
 
바람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 때는 이미 저녁부렵이라 건물이 노을에 잠겨 있었다.
 


 
 
나는 정말로 그런 것들을 믿지 않았었다.
 
내가 멍청했다.
 
친구는 몹시 꺼려하며 이제 돌아가자고 말했다.
 
나는 "니가 먼저 오자고 했잖아" 하며
 
친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정말 무지했었다.
 

 
 
정면에 있던 커다란 유리문은 한 쪽이 어긋나 있었다.
 
내부는 거의 새 건물같았다.
 
이상했다.
 
이게 왜 폐허지?
 
금방이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상태였다.
 
"폐허치고는 깨끗하네."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친구는 계속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입구를 지나 복도에 들어섰을 뿐이었다.
 
나는 2층도 가 보고 싶다고 했고, 친구는 가기 싫다고 했다.
 
나는 패기도 없는 놈이라며 친구를 한심해하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가자 길다란 통로가 있었다.
 
막다른 곳까지 쭈욱 창문이 이어진
 
학교 복도같은 느낌이었다.
 
막다른 곳까지 가는 도중에 소파가 놓여 있는 흡연구역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카메라가 굴러다녔다.
 
촬영용인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카메라.
 
부서져서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았다.
 
그랬는데 1층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치는 느낌이 아니라 일정한 소리로 "아--"하는 목소리였다.
 
서둘러 내려가 보니 
 
입구 반대쪽 끝이었다.
 


 
정말 무서웠다.
 
친구는 막다른 곳의 벽에 큰 大자로 달라붙어 있었다.
 
벽을 향해.
 
 
 
나는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어 보았지만
 
친구는 "아--"소리를 내며 벽에 계속 달라붙어 있었다.
 
친구의 어깨를 잡은 순간,
 
"이히히히히히"
 
웃기 시작했다.
 
몸은 벽을 향한 채로.
 
 
 
 
 
 
나는 그 어떤 일도 할 수가 없었다.
 
겁이 나서 
 
무서워서 도망을 쳤다.
 
차가 있는 곳까지 뛰어갔지만
 
차 키는 친구가 가지고 있었다.
 
 


 
정말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열쇠가 없으면 차를 타고 갈 수가 없어서
 
건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창문 너머로 이 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웃고 있었다.
 
입이 찢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기세로 웃고 있었다.
 
나는 친구가 장난친 건가 생각했지만,
 
뭔가 달랐다.
 
 
자세히 보니 울면서 웃고 있었다.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엄청난 기세로 웃고 있었다.
 
저녁 해가 창문을 비춰서 창문 안 쪽이 보였다.
 
친구 주변에 1층 복도를 메우듯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있었다.
 
자세히 볼 수는 없었지만
 
사람 모양을 하고 있는 무언가가 친구를 밀어 붙이듯
 
만원버스처럼 북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 때 이미 반쯤 미쳐 있었다.
 
산을 뛰어 내려와 어떻게든 마을로 내려 왔다.
 
마을로 도착하니 이미 한밤 중이었고
 
어떻게든 역까지 갔다.
 
피곤함보다는 한 시라도 빨리 그 곳에서 멀어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운 좋게 택시가 잡혀서 목적지만 말하고는
 
머리를 감싸쥐고 온 몸을 덜덜 떨었다.
 
창문을 쳐다 보면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아 무서웠다.
 
 
 
집에 도착해 이불 속에 숨었지만
 
그래도 무서워서 근처 편의점에서 아침까지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어 진정하고 나니
 
엄청난 짓을 해 버렸다고 후회했다.
 
친구를 버리고 왔다.
 
그렇지만 두 번 다시 그 곳에는 가고 싶지 않다.
 
아르바이트도 그만두고 빈둥거렸다.
 
가벼운 불면증에 걸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밤을 지새곤 했다.
 
 
 
며칠 후에 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친구는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고 있었는데
 
친구는 "뭐가??" 라고 말하며
 
자신이 어떻게 되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한 달 후에 친구는 죽었다.
 
자살이었는지 사고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그 곳에 갔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나 때문이다.
 
내가 도망쳐 버렸다.
 
 
 
방송국에서도 아마 그것때문에 취재를 중단했을 것이다.
 
그 곳은 사람이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니다.
 
 
 
골든 위크가 다가오면 늘 그 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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