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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Fri)

예전부터 오컬트 류를 좋아해서 여러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그런 글들을 많이 읽었다.

 

그렇다고 해서 영적 체험을 많이 한다거나, 영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껏 내가 겪은 체험들도, 헛것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일 정도의 것들 뿐이었다.

 

주변에 영감을 가지고 있다는 녀석도 없고

 

겁이 많아서 심령 스팟같은 곳은 가고 싶지 않다.

 

그냥 재미로 오컬트 물을 보는 정도였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여름 방학이었다.

 

어느 대학에 견학을 하러 갔다.

 

캠퍼스가 몇 개나 되는 학교였는데, 내가 간 곳은 약간 산 속에 위치한 캠퍼스였다.

 

내가 가고 싶은 학과가 지원을 잘 못 받는 모양인 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학교 견학이라는 게 원래 좀 지루한 것이다.

 

수업 참관, 동아리 소개를 듣고 선배가 뭐라뭐라 떠들고는 끝.

 

일단 오컬트 류를 좋아해서 그런 동아리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그런 동아리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고 손을 들고

 

"오컬트 계 동아리는 없습니까?" 같은 얼빠진 질문은 할 수 없었다.

 

그 후, 캠퍼스를 자유롭게 돌아 봐도 좋다는 허락을 받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다녔다.

 

캠퍼스 주변을 돌아 보기 위해 캠퍼스 밖으로 나왔다.

 

여러 가지 나무도 많고 언덕도 많고, 이 학교는 좀 아닌데...하고 생각하던 때에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봤다기 보다는 느꼈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지금껏 느껴 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눈 앞이 일그러져 보인다.

 

눈 앞에 있는 벚나무 가로수길의 일부가 일그러져 있고

 

길게 늘어선 벚나무 중의 2그루의 중심부가 흐릿하다.

 

여름이고, 습도도 꽤 높았으니 아지랑이라고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 날 아스팔트 위에 아지랑이가 생기는 것은 자주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그건 달랐다.

 

주변은 또렷이 보이는데, 그 부분만 흐릿했다.

 

그런데 그 가로수 길을 걷고 있는 다른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더위를 먹은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걷고 있었는데, 더욱 더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그 아지랑이같은 것에서 5,6그루 떨어진 나무 옆에서

 

어떤 남자가 그 쪽 방향을 보며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흰 셔츠와 청바지, 크록스 차림의 심플한 옷차림을 하고

 

벚나무에 기대 서 있었다.

 

그 사람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바로 뒤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 남자가 이 쪽을 보며 히죽대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걸음을 빨리 해서 다시 캠퍼스로 돌아갔다.

 

 

 

학생 식당에서 식사나 하고 집에 가자고 생각했다.

 

이렇게 큰 학교에 이상한 놈이 한 둘 있다해도 이상할 건 없지.

 

한 여름인데도 긴 팔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건 뭐였을까.

 

350엔짜리 가츠동 정식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모르겠다.

 

혹시 그게 내 인생 최대의 심령 체험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조금 기분이 좋았다.

 

그런 걸로 기뻐하다니 나는 조금 변태 기질이 있는 건 지도 모르겠다.

 

 

 

 

"재밌는 걸 봤군."

 

 

갑자기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 보았다.

 

그 남자였다.

 

나와 같은 가츠동 정식이 든 쟁반을 들고 내 맞은 편 자리에 앉았다.

 

남자는 나에 대해서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가끔씩 그런 게 있지."

 

 

그렇게 말하고는 태연하게 된장국을 먹었다.

 

 

"놀랐나 보군. 아니면 무서워 하는 건가?

 

 그 표정은 대체 무슨 감정이지?"

 

또 태연하게 식사를 계속했다.

 

"사람의 시각이라는 건 뇌의 후두엽이라는 곳에서 인식 하는 거야.

 

빛은 렌즈를 통과해 시신경을 거쳐 인식되지.

 

그런데 그 정보가 잘못된 것이라면 어떡하지?

 

눈에 보이고 있지만, 보려고 하질 않아.

 

보이지만, 뇌가 보이게 놔 두질 않아.

 

사람은 인식된 것만이 모두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이 남자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그렇지만 내 눈에 보이는 것이 거짓이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거울에 비친 나는 분명히 나이고, 사진에 찍혀 있는 나 또한 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실인 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아마 아무도 증명하지 못할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나는 나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가츠동은 정말로 이런 형상을 이루고 있는 걸까.


이 색깔이 맞는 걸까.


그걸 단언할 수 있나?

 

그건 이거랑 같은 거야."

 

 

대체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건지....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너 견학하러 온 거지?

 

그게 보였다는 건 나름대로 좋은 거야.

 

너, 이 학교로 와라."

 

 

 

그 남자는 그 아지랑이를 보고 있었을 때처럼 또 히죽거렸다.

 

견학하러 왔다는 건 교복을 보면 뻔히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다 먹지 않은 가츠동을 남기고 "먼저 실례하겠습니다"하며 도망쳤다.

 

 

 

이런 학교에 내가 왜 입학해야 하지?

 

너무 위험하다.

 

그렇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견해를 가진 위험인물이었다.

 

세상엔 이런 변태도 있는 거구나 알게 되었다.

 

 

 

 

 

 

 

 

그 후,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보험삼아 지원해 둔 그 학교에 억지로 입학하게 된 것은

 

그 이듬 해 봄의 일이다.



















    


seal_dontgo.jpg






+ 애니메이션 1화같아...


어서 2화를 내놓으란 말이야.....

이건 2화부터 엄청 흥미진진할 패턴이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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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Fri)

 

 

친구 B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실은 대학 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 일에 대해 최근 알게 된 것이 있어서 글을 쓴다.

 

 

 

 

B의 대학 시절 전 남자친구 E에 대해 쓴 적이 있다.

 

E는 우리와 함께 노는 그룹이 아니었기에, 우물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B와는 졸업 직전에 취직을 이유로 헤어졌다고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B를 드나들고 있는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를 지도 모른다.

 

 

 

 

 

대학 시절, B가 E에게서 받은 반지를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었다.

 

금과 은이 함께 섞인 반지였고, 여자애들 말을 들어보면 꽤 좋은 거였다는데,

 

A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물 사건도 있고 해서, 나는 나중에 살짝

 

"저 반지에 뭔가가 있는 거야?"하고 물어보았다.

 

 

"응.... 좀 위험한 걸 지도 몰라. 어쩌지...

 

혹시 너 그런 거 쫓아낼 수 있는 사람 알아? 

 

역시, 모르겠지...."

 

 

나는 "그런 것이 보이는 사람"은 A이외에는 아무도 몰랐기에,

 

A에게 그렇다고 대답하자,

 

A는 그런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지금껏 위험한 것들은 피하며 살아 오기만 해서,

 

알고 있는 영능력자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B도 안 빌려 주려고 하겠지...

 

영능력자한테 B를 데리고 가면, 

 

B의 그것과 싸움이 날 지도 모르고..."

 

 

만약 B에게 그 반지가 영적으로 위험한 거라고 말하면,

 

B는 분명 재미있어하며 직접 가져가려고 할 거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그래도... B한테는 그게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하고 물었지만, A는 복잡한 표정으로

 

"음...... 글쎄....."

 

하고 그 대화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 안에서 A가 사고로 다치게 되었다.

 

유리에 베여 학교 보건센터에 옮겨진 A는 

 

함께 있던 같은 과 학생에게 

 

자신의 짐을 보건센터와 가장 가까운 강의실에 갖다 두어 주면, 자신이 가져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그 녀석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래도 지갑이나 귀중품은 도난당할 위험이 있으니

 

내가 맡아주기로 했다.

 

 

 

강의실로 가자, 아무도 없고 A의 가방만이 덩그러니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눈에 익은 가방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 가방일 수도 있어서 살짝 가방 안을 열어

 

이름이 쓰인 물건을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지갑이 든 주머니 안에 작은 비닐봉지에 든 반지가 보였다.

 

전날 B가 자랑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B의 반지인가? 이걸 왜 A가 가지고 있지?

 

그냥 같은 물건을 산 걸 지도 모른다.

 

아니면 A가 몰래 빌려와서 반지에 붙은 걸 쫓아내려 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갑 안의 면허증을 확인하고 나서,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나오려 하자

 

뒤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창틀 쪽에 회색빛 고양이가 있었다.

 

 

야옹~

 

 

다시 한 번 울고는 창틀에서 바깥 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나서 잠시 후에 깨달았다.

 

 

 

 

 

 

 

 

저 고양이, 아까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4층인데 바깥에 나뭇가지가 있었던가?

 

 

 

 

서둘러 창문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니, 창문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건물 밖 어디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4층에서 뛰어내려도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A의 가방을 두었던 곳으로 갔다.

 

깜짝 놀랐다.

 

 

 

아까는 분명 없었는데, 가방에 엄청난 할퀸 자국들이 나 있었다.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한 번 발치에서 "야옹~" 하는 목소리가 나고

 

그제서야 나는 A가 계속 신경쓰고 있던 그 반지가 

 

내가 들고 있는 가방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또 다시 "야옹~"하는 울음소리와 어떤 소리가 났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내 신발끈 매듭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역시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야옹~      야옹~     야옹~

 

 

 

 

 

 

그 울음소리는 꽤 가깝게 들렸고, 점점 더 불길한 느낌으로 변해 갔다.

 

식은 땀을 계속 흘리기 시작하는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울음소리에,

 

음침한 느낌의 사람 말소리가 겹쳐졌다.

 

 

 

 

 

 

 

"........같은 건.... 죽어 버려....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목소리는 또렷하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었다.

 

굳어버린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컬러링이 울리고 있는 동안에도 발치에선 계속 보이지 않는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신발과 가방에선 찌익찌익 소리가 나고,

 

내려다보니 왠지 바닥에도 흠집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았다.

 

 

 

 

 

"네. 여보세요."

 

"B야?? 난데, A 얘기 들었어?"

 

 

고맙게도 B는 학교 안에 있었다.

 

서둘러 A가 다친 걸 이야기해 주고, 가방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B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A의 가방을 들고 온 힘을 다해 달려 B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 동안에도 끝없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지막이 "죽어버려"나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하는 여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건물에서 빠져나오자, 슈욱하고 다리 사이를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발이 꼬여서 콰당 넘어지고, 세워져 있던 자전거에 부딪쳤다.

 

 

"괜찮아??"

 

B가 큰소리로 물으며 달려 왔다.

 

"손 좀 봐! 다리에서도 피가 나잖아?"

 

B가 소란스럽게 나를 부축하며 짐을 들어 주고,

 

정신을 차려 보니 고양이 울음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리의 상처는 자전거에 부딪친 것이 아니라, 손톱에 긁힌 상처였다.

 

 

A의 상처도 심하지 않았고, A의 가방 속에 있던 반지는 A가 B에게 빌린 것이었다.

 

B의 반지와 같은 모양의 반지가 너무 갖고 싶으니

 

가게에 보여 주고 "이런 반지가 갖고 싶다"고 말하려는데 견본품이 필요하다고 말해서 빌렸다고 한다.

 

 

내가 그 가방을 B에게 맡겼다고 말하자,

 

A는 "아.... 그래..." 말하고는 고양이와 여자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2011/05/13 (Fri)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두 번째, 세 번째 투고에도 썼던 내용이다.
 
 
 
 
 
 
 
A가 B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 가지 더 이야기해 준 것이 있다.
 
 
 
이것도 꽤 찜찜한 내용이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후련해 지고 싶다.
 
 
 
 
 
 
 
 
 
A가 친구 F와 함께 B의 집을 방문했을 때,
 
 
 
건널목에서 차에 치인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원인은 모르는 게 약이라,
 
 
 
B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괴로울 거야. 아직 어린 자식의 불행이라는 건.
 
 
 
부모는 참 죽을 만큼 괴롭겠지.
 
 
 
나도 이 아이가 어른도 되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F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자,
 
 
 
B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내가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애한테도 안 좋은 일이 있었어.
 
 
 
그 애 엄마도 거의 정신이 나가셨지.
 
 
 
장례식에 갔었는데, 가까이 갔더니 엄청나게 나를 노려보면서
 
 
 
 
 
 
 
니가 죽었어야 해!


왜 우리 애가 죽은 거야!!
 
 


 
 
하며 소리를 질러서 무서웠어.
 
 
 
그런데 지금은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
 
 
 
 
 
그리고 B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예전에 B의 아버지는 몇 년에 한 번씩은 이동을 해야 하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3,4학년 때 쯤에 시골에 살게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침상 도시화가 막 시작된 동네였고,
 
 
 
학교에는 바깥에서 전학 온 외지 아이들과 토박이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B는 같은 반 여자 아이의 집에 초대받았다.
 
 
 
그 집은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집안이었는데
 
 
 
외지 아이들과 현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불렀다고 한다.
 
 
 
혼자 온 아이도 있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도 있었는데
 
 
 
B의 어머니가 B에게 함께 그 집에 가 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지역의 자그마한 행사 시기였었는지, 그 크고 멋진 집에
 
 
 
그 반 친구의 형제들도 친구를 불러들이고, 친척들까지 와서
 
 
 
간소한 마츠리(지역 축제)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술, 다과와 요리가 나오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날이 저물어 갈 때 쯤에 그 집 아저씨(반 친구의 아버지)가 모두를 불러 모았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떠올리자면,
 
 
 
파티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주님(혹은 무녀님) 역할을 해 줄 아이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의상과 소도구는 준비되어 있고,
 
 
 
앞으로 새롭게 친해지고 싶으니
 
 
 
꼭 외지에서 온 아이 중의 한 명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화려하고 하늘하늘한 옷을 보고
 
 
 
B는  "제가 할래요!" 하고 제일 먼저 손을 들었고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집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혀 주었고
 
 
 
화장도 해 주고, 하얀 천도 뒤집어쓰고
 
 
 
가마같은 것도 타서 몹시 신났다고 한다.
 
 
 
B의 어머니도 
 
 
 
"어머, B 너무 귀엽다~"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 집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가마를 타고 근처 신사에 가면

 

가마를 메고 온 사람들이 


잠시 가마를 두고 멀어져 있을 거란다.

 

그러면 공주님은 가마에서 내려 



신사 안으로 들어가

 

공양물과 술을 두고 오면 된단다.

 

신사 안에 있으면 데리러 갈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 몇 명이 B가 탄 가마를 메고 산길을 올랐다.
 
 
 
 
 
 
 
 
 
"너무 설쳐서 그런 지, 가는 도중에 주변이 조용해 지니까 너무 졸린 거야.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아무도 없는 거야.
 
 
 
당황해서 급히 신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졸려서 기절할 것만 같아서
 
 
 
어쨌든 대충 공양물이랑 술을 두고 거기서 바로 곯아떨어졌지.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가마를 메고 온 사람들이 데리러 왔을 때는
 
 
 
업어 가도 모를 듯이 자고 있어서
 
 
 
그 분들이 잠든 나를 데리고 와 주셨대.
 
 
 
엄마한텐 남에게 민폐끼쳤다고 혼났어.
 
 
 
그리고 집에 돌아갔는데 며칠동안 몸살로 앓아 누운 거 있지?
 
 
 
3일 정도 열이 안 내려서
 
 
 
엄마가 "신나서 설치다가 그런 데서 막 자니까 이러잖니!" 하고 막 혼내셨어."
 
 
 
 
 
 
 
 
 
B가 앓아 누워 있는 동안,
 
 
 
마츠리 날 밤에 그 곳에 있던 어른들이
 
 
 
자주 문병을 와 주었다고 한다.
 
 
 
특히 그 친구의 어머니가 자주 들러서 몸 상태는 어떤 지,
 
 
 
꿈자리가 나쁘진 않은 지 여러가지로 신경 써 주셨다.
 
 
 
 
 
"병 문안을 와 주셔서 공주님 의상도 가져다 주셨어.
 
 
 
내가 그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병실에 걸어 두는 게 어떠냐고.
 
 
 
그리고 그 신사의 부적이랑, 마츠리 때 공양물도 주셨어.
 
 
 
내가 폐를 끼쳤는데도 화도 안 내시고 참 착하셨어.
 
 
 
그런데.."
 
 
 
 
 
 
 
겨우 B의 열이 내리고, 완전히 회복해서 학교에 가자
 
 
 
초대해 주었던 그 집의 아이가 그 전날에 죽었다고 한다.
 
 
 
B가 어머니와 함께 장례식에 갔는데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B와 B의 어머니를 보고
 
 
 
무시무시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니가 왜 살아 있는 거야!!
 
 
 
 
 
 
 
왜 우리 애가 끌려 간 거냔 말이야!!
 
 
 
 
 
 
 
XX에 갔어야 하는 건 너야!!

 

 

표식은 어쨌어!!!"
 
 
 
 
 
 
 
 
 
 
 
 
 
B의 어머니가 그 하얀 옷을 돌려 주려 하자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더욱 더 분노하며
 
 
 
 
 
 
 
 
 
"거짓말이야.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소리쳐대서, B와 B의 어머니는 향도 올리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 때는 너무 무서워서 울었는데,
 
 
 
나중에 엄마가 말씀하시는 거야.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누구라도 슬퍼서 정신이 나가 버릴 거야.
 
 
 
B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도 그렇게 되어 버릴 거야.
 
 
 
B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지금은 정말 그렇겠구나 싶어."
 
 
 
 
 
 
 
 
 
 
 
 
 
 
 
 
 
 
 
이 이후는 나와 A가 나눈 이야기이다.
 
 
 
 
 
"B가 늘 이야기하는 괴담은 늘 자동차 귀신 아니면 엘리베이터 귀신같은 것들 뿐이지.
 
 
 
왜 못 알아차리는 걸까?
 
 
 
하얀 기모노에 하얀 쓰개.
 
 
 
그건 공주님 옷도 아니고, 무녀 옷도 아니야.
 
 
 
신부 옷이잖아?"
 
 
 
 
 
 
 
 
 
 
 
 
 
 
 
<참고 그림>
hanayome.jpg
 
 
 
 
 
 
 
 
 
 
 
 

 
 
 
 
 
 
 
 
 
 
 
 
 
 
 
 
 
 
 
 
 
 
 
 
 

나도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가마를 타고, 신이 있는 신사에 옮겨져
 
 
 
술, 공양물과 함께 혼자 남겨진다.
 
 
 
'하얀 기모노와 하얀 쓰개'를 입은 여자 아이라고 하면, 그건...
 
 
 
 
 
 
 
 
 
"전용 가마가 있을 정도로 전통 있고 제대로 된 마츠리라면
 
 
 
보통 중요한 역할을 외지 아이에게 맡기지 않을 거야.
 
 
 
같은 나이의 그 집 아이가 있는데 말이지.
 
 
 
.......그 때는 B의 그것도 작았나 봐.
 
 
 
열이 나서 앓아 누웠다는 걸 보니."
 
 
 
 
 
 
 
 
 
 
 
얼마 지나고 B의 가족은 다시 아버지의 전근 때문에 마을을 나왔다고 한다.
 
 
 
그 때까지 그 죽은 아이 집에서는 B의 가족을 철저히 피했고
 
 
 
또 그 집은 불운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
 
 
 
죽은 아이의 언니(혹은 오빠)가 입원하는 바람에
 
 
 
B의 가족은 옷도 돌려 주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B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B는 '아이를 잃은 엄마는 그렇게도 괴로운 거구나, 그렇게도 슬픈 거구나' 하고 
 
 
 
충격을 받아, 지금도 이사나 대청소 때에 그 옷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내가 병 문안 때 그 옷을 안 받았으면,
 
 
 
혹시 그 아이는 살지 않았을까 생각했더니
 
 
 
어쩐 지 버릴 수가 없어서 계속 보관하고 있어."
 
 
 
 
 
 
 
 
 
A의 의견에 따르면
 
 
 
"그 오래되고 하얀 기모노는 '마킹'일 거야.
 
 
 
처음 본 순간,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꼈어."
 
 
 
 
 
 
 
그 기모노는 묵직한  비단 소재에, 아이가 입으면 소매가 질질 끌릴 만한 사이즈였다고 한다.
 
 
 
옷 전체에는 자그마한 글자같은 문양이 빽빽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지만 향 냄새가 배어 있었고,
 
 
 
(A의 표현에 의하면) 비릿한 기운이라고 할까,
 
 
 
저 세상의 냄새가 났다고 한다.
 
 
 
 
 
 
 
A의 추측에 의하면,
 
 
 
그 아이의 집에서는
 
 
 
B가 살아 돌아온 데다가 좀처럼 '끌려가질 않으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신부의 표식인 혼례 의상을 B에게 가져다 줬을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신사의 주인은 무언가(아마도 B의 그것)에 방해를 받고
 
 
 
결국은 B를 데려가지 못해서
 
 
 
신사의 주인이 노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혹시 만약 그렇다면,
 
 
 
몹시 불쾌해 졌다.
 
 
 
 
 
 
 
B와 다른 외지 아이들을 초대한 그 집 아이들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예상이 빗나가 자신의 아이들이 끌려 가게 된 그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뒷맛이 씁쓸하다.
 
 
 
 
 
 
 
 
 
B의 어머니는 마츠리 날 밤에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가지고 있어. 볼래?"
 
 
 
B는 A와 F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A는 그 중 한 장을 빌려와서, 친절하게도 나에게 보여주었다.
 
 
 
 
 
몇 개의 검은 선이, 하얀 기모노를 입고 있는 B를 휘감고 있는 듯한 사진을.
 
 
 
 
 
 
 
 
 
B는
 
 
 
"촛점이 어긋나서 나뭇가지들이 찍혔는데, 꼭 심령사진 같지?"
 
 
 
라고 말했다는데, 나뭇가지보다는 크고 검은 손이 B를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에 B의 어머니가 장난삼아 영능력자에게 이 사진을 보여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영능력자는
 
 
 
"이 소녀는 아주 강한 산의 령에 씌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다음 생일을 맞지 못할 겁니다."
 
 
 
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B의 어머니는
 
 
 
"얘 지금은 벌써 대학생이에요~" 하고 말해 주기가 안쓰러워서
 
 
 
"하아... 그렇군요..."하고 집에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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