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니사와의 후배인 타케다가 집을 빌리게 되었다.
8세대가 사는 조그만 2층짜리 연립 주택이었는데
방세도 싸고, 역에도 가깝고 신축 건물이라 깨끗해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든 것은,
타케다가 쓰게 된 집은 203호였는데,
(대략의 구조를 설명하자면 아래 표와 같다.)
201 |
202 |
203 |
204 |
101 |
102 |
103 |
104 |
옆 집인 202호에 타케다의 취향인 예쁜 여자가 살고 있어서
출퇴근 할 때 마주치면 간단한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 옆인 201호에는 늘 웃는 얼굴로 인사해 주는 마음씨 좋아보이는 아저씨가 살고 있었다.
그래서 타케다는 '이웃 사람들도 상냥해 보이고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또 다른 옆 집인 204호에 사는 사람이 자꾸만 벽을 쿵쿵 두드리는 것이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소음이 매일같이 계속되어 2~3주가 지나자
타케다도 벽을 두드리며 "시끄러워!"하고 소리치자
벽을 두드리던 소리가 돌연 멈추었다.
"아, 그래도 주의를 주니까 멈추네." 하고 안도하자
갑자기
"쿵쿵쿵쿵쿵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격렬해 졌다.
무서워진 타케다는 '그냥 내일 관리자한테 연락해서 옆 집에 주의를 주자고 하자' 싶어서
그 날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203호에 사는 타케다인데요, 204호 사람이 벽을 너무 두드려서 시끄러운데
주의를 좀 주시지 않겠습니까?" 라고 말하자
관리자가 이렇게 말했다.
"타케다 씨, 죄송합니다만
그 곳엔 타케다 씨 이외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타케다는 무서워져서 바로 그 집을 나와 이사를 했다.
그래도 그 집에 대해 궁금했던 타케다는 그 곳에 대해 알아봤는데,
그 연립주택이 지어지기 전에 그 곳에는 주차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차장이 있기 전에는 지금과 같이 8세대가 사는 연립주택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연립주택의 1층에서 불이 나서 2층 사람들이 전원 사망했다.
어쩌면 그 204호의 사람은 방에서 미처 도망치지 못하고
벽을 두드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 외할머니 댁은 나가노 현의 깊은 산 속
'信州新町신슈 신마치'라는 곳에서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간 곳이다.
내가 초등학교 3, 4학년 무렵이었을까.
그 해 여름 방학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게 되었다.
그 곳은 산과 논밭밖에 없고, 민가도 드문드문했다.
마을 버스도 아침, 저녁으로 두 번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평소같았으면 그런 아무 것도 없는 촌구석에 가지 않았겠지만,
그 해엔 나와 친했던 친구가 가족 여행을 떠나 버려서
부모님을 따라 외할머니 댁에 가게 되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정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백화점에 가자, 가게에 가자 아무리 졸라대도
가장 가까운 구멍 가게가 차로 1시간 걸리는 거리였기에
아버지는 "모처럼 조용하게 놀러 온 거잖니." 하며 꿈쩍도 않으셨다.
유일하게 그나마 숨통이 트였던 것은
이웃 집에 나와 같은 또래의 남자 아이가 놀러 와 있었던 것이었다.
그 나이 때에는 신기하게도 금방 친해지곤 해서
나와 K군은 함께 놀게 되었다.
논다고는 해도 그런 촌구석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모험 놀이, 탐험 정도밖에 없었다.
외할머니 댁에서는 1주일 동안 머무를 예정으로 갔었다.
그 곳에 간 지 3일째 저녁이었던 것 같다.
오후 3시가 지나 해가 슬슬 저물기 시작할 무렵.
여름이라고는 해도 시골에선 해가 빨리 떨어진다.
나와 K는 그 때까지 들어가 본 적 없는 산에 들어가 보았다.
처음엔 사람이 다닐 법한 길로 올라갔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산짐승들이나 다닐 법한 좁은 길에 들어서 있었다.
"어라, 저게 뭐지?"
K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석같은 것이 서 있었다.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도소신道祖神같은 느낌에
높이가 50cm정도였던 것 같다.
꽤 오랫동안 비바람에 노출된 듯, 이끼가 끼어 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나와 K는 땅에 떨어져 있던 나뭇가지와 손을 이용해
이끼와 흙을 걷어내 보았다.
도소신같긴 했지만, 조금 느낌이 달랐다.
평범한 도소신은, 남녀 2명이 사이좋게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을 조각해 놓은 것인데,
그 비석은 네 사람이 선 채로 서로 얽혀 있었고
고민을 안고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와 K군은 불길해 져, 이제 그만 돌아가자고 일어섰다.
주위도 어슴푸레해 져서 나는 한 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내가 K의 손을 잡아 끌어 돌아가려고 하자,
K가 비석 아래에 있던 무언가를 발견했다.
아주 오래 된, 가로세로 4cm정도의 나무 상자였다.
반 정도는 땅에 묻혀 있고, 반은 땅 위에 드러나 있었다.
"뭐지?"
나는 영 불길했지만, K는 나무 상자를 파 내고 말았다.
부분부분이 썩어서 너덜너덜해 져 있었다.
겉에는 헝겊같은 것을 두른 흔적이 있고,
먹물같은 것으로 글자가 쓰여 있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나는 읽어내지 못했지만,
불경같은 어려운 한자가 가득 쓰여 있었다.
"뭔가가 들어 있어!"
상자가 부서진 부분에서 빼꼼하니 뭔가가 보였다.
K는 그것을 빼내 보았다.
벨벳같았다.
검고 반질반질한 매듭같은 것으로 묶인 완장처럼 보였다.
직경은 약 10cm정도.
원형이었고, 5개의 동그란 돌같은 것이 박혀 있었다.
그 돌에도 어려운 한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땅 속에 파묻혀 있었다고는 생각지 못할 정도로
반질반질 광택이 났고, 기분나쁘면서도 몹시 아름다웠다.
"이거 내가 먼저 찾았으니까 내 거다!!"
K는 그렇게 말하고 그 완장을 팔에 차 보려고 했다.
"하지 마!!"
나는 울며불며 말렸지만, K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께에------------엑"
K가 완장을 찬 순간, 이상한 새 울음 소리같기도 하고, 원숭이 울음 소리같기도 한
기묘한 울음 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졌다.
정신을 차려 보니 주위는 이미 어두컴컴했고
나와 K는 겁이 나 서둘러 각자의 집으로 돌아 갔다.
그리고 나서는 완장에 대해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었다..
밤 10시가 지나 뒹굴뒹굴거리며 아직 잠들지 않고 있어서
엄마가 "빨리 자!!" 하며 혼이 나고 있었을 때
"☎따르르릉"
전화벨 소리가 엄청나게 크게 울렸다.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올 8월에 엄청난 일이 있어서 다시 투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 우물 사건을 투고했을 때 나왔던 대학 친구 중 C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B가 요즘 한가해서 그런 지, 옛 친구들이 보고 싶어져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대학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인 지,
C도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B와 통화를 하고 나니 우물 사건이 떠올라 직장에서 재미삼아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여자 동료가 C를 불러서, 함께 그 동료의 지인인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아는 사람 중에 위험한 것에 씌어 있는 사람이 있다.
스님, 신관, 영능력자도 모두 퇴치에 실패했다.
B의 그것의 힘을 빌리고 싶으니, B에게 연락을 해 줬으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
C는 우물 사건밖에 몰랐다.
다시 말해, B의 그것이 우리를 지켜주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는, B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며
나와 A를 함께 만날 것을 추천했다.
나와 A는 이야기를 해 보고, C와 그 남자(H)를 만났다.
반지 사건, 흰 기모노 사건, B의 집에 대해 설명을 하고,
B에게 붙어 있는 것은 B자신도, 그 누구도 억제할 수 없으며
악령이나 저주는 튕겨내기만 할 뿐이고 쫓아내 주지도 않으니
주위에 피해가 돌아갈 테니 그만 두라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H도 '그런 것들이 보이는' 사람인 지,
B가 흰 기모노를 입었던 어릴 적 사진(④편 참고))을 보여주자
한 눈에 봐도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
"........ 이거 엄청나군. 정말로 살아있긴 한 거야? 지금까지?
이게 뭐지? 산신인가? 이런 게 노리고 있는데도 무사하다고?
그렇다면, 정말 가능할 지도 몰라..."
H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우리가 아무리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해도 듣지 않고
끊임없이 B의 그것에 대해 물어 왔다.
다른 '보이는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었는 지, A는 주저하면서도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감각에 대한 단어가 많았다.
"단단한 정도는? 뚜둑 하는 느낌인가?"
"그렇지도 않고, 한기가 든다던지, 일그러진 느낌도 없고,
그저 오싹하기만 한데,
분명 거기에 있긴 한데 왜 기척이 안 느껴지지 하는 이상한 인상...."
"정말로? 그러면 까끌까끌 문지르는 듯한 느낌은 있어?"
"그런 것도 없어. 매끈한데, 침식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어."
대충 이런 느낌의 무슨 말인 지 알 수 없는 대화 끝에 H는
"....... 나도 전혀 아무런 짐작을 못 하겠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정말로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를 하고
그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며칠 후 토요일,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부터 C를 만나려 하는데 함께 만나지 않겠냐고, B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C가 '귀신이 나오는 집이 있으니 괜찮으면 나와 A에게도 권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바로 집을 나섰고,
A와 만나 B에게 들은 약속 장소로 나가니, H가 히죽거리며
"미안. B랑 B는 나중에 올 테니까, 일단 차 타."
차 안에서 설명을 들었다.
"내가 아는 '귀신 나오는 집'이 있으니까 와 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바로 OK 하더군.
쿨한 남편을 뒀어.
'옛 친구들이랑 담력 테스트를 한다고? 알았어. 재미있게 놀다 와.' 하더니
직접 애까지 보고 있겠다는 군.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야겠어."
H의 목적지는 고급 주택가 담장에 둘러싸인 거대한 호화 저택이었는데,
차가 멈추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A의 얼굴빛이 새파랬다.
"미안. 그래도 우린 외부인이니 괜찮을 거야. ,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H가 어서 내리라고 재촉하자 내키지 않는 듯 느릿느릿 내린 A는
그 저택을 올려다보고는 경련이 일어난 얼굴로 H를 바라 보았다.
"......진심이야?"
"그래. 이 집 아줌마가 우리 엄마 친구야. 그런데 그 아들이 완전히 맛이 갔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사람은 자유로워 질 지 몰라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게 될 거야."
"그래서 나도 생각을 해 봤어.
도망갈 수 없는 곳에 집어 넣어서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되잖아?
한 쪽이 완전히 끝장날 때까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현관 문이 열리고
집 안에서 중년 아주머니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안내받은 방에 있는 남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남자는 벽을 보고 서서, 눈에는 거의 흰자위만 보이도록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는 살짝 올라가 히죽거리는 듯 했고,
얼이 빠진 듯 계속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눈매가 정말 무서웠다.
"이게 이 집에 나오는 유령이야."
라고 말했으면, 아마도 나는 바로 믿었을 것이다.
A의 얼굴도 새파래져 있었다.
"본거지는 어디야?"
A가 묻자, H는 끄떡도 없다는 듯 웃고는
"그게 가장 문제야.
알 수가 없어. 어느 날 보니까 씌어 있었어."
나중에 둘에게 들으니, 그 집 아들(I)에게 붙어 있던 것은
여러 명의 영들이 원념을 매개로 융합한 것이라고 한다.
꽤 오랫동안 생물이 아닌 것에게 붙어 있었는 지,
본체라고 해야 할 지, 신물(神物:신령이 머무는 나무, 돌, 동물 등)이라고 해야 할 지,
I에게 붙기 전에 씌어 있던 곳이 있을 텐데,
그게 제령할 때에 단서, 또는 토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붙은 건 지 알 수 없어서 제령의 단서가 없어
영능력자들이 포기했다고.
H의 대답은 들은 A는 더욱 더 질린 얼굴이었다.
"……이 사람 괜찮은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았어?"
"아.... 직전까지 간 적은 있는데, 지금은 좀 전에 왔던 사람이 몸 안에 눌러 놔 준 모양이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차 소리가 났다.
C가 B를 태우고 온 차였는데,
역시나 B은 차 안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H가 B를 부축해서 방 안으로 데려가 바닥에 뉘이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 후에 그 집 아주머니가 I를 데려 와, 한창 곯아떨어진 B와 얼이 빠진 I를 남겨 두고
우리는 그 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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