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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2010년) 초에 있었던 일이다.
저번의 '융합체' 사건때문에 알게 되었고,
내 인생에 두 번째로 직접 만나게 된 '보이는 사람'인 H와 관련된 일이다.
B가 A에게 연락을 해서 '한 번 만나자'고 한 모양이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대학 때부터 A는 B(에게 붙어 있는 것)를 피했지만
오히려 B는 A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았다.
작년부터 이런 저런 일로 A가 B와 얽히는 일이 생겨서
앞으로도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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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올 8월에 엄청난 일이 있어서 다시 투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 우물 사건을 투고했을 때 나왔던 대학 친구 중 C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B가 요즘 한가해서 그런 지, 옛 친구들이 보고 싶어져서 그런 지 모르겠지만
대학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던 모양인 지,
C도 전화 통화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B와 통화를 하고 나니 우물 사건이 떠올라 직장에서 재미삼아 동료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느 여자 동료가 C를 불러서, 함께 그 동료의 지인인 어떤 남자를 만났다.
그 남자의 말을 들어보니,
'아는 사람 중에 위험한 것에 씌어 있는 사람이 있다.
스님, 신관, 영능력자도 모두 퇴치에 실패했다.
B의 그것의 힘을 빌리고 싶으니, B에게 연락을 해 줬으면 좋겠다.' 는 것이었다.
C는 우물 사건밖에 몰랐다.
다시 말해, B의 그것이 우리를 지켜주었던 기억밖에 없어서
흔쾌히 그 부탁을 받아들이고는, B에 대해 알고 있는 다른 친구가 있다며
나와 A를 함께 만날 것을 추천했다.
나와 A는 이야기를 해 보고, C와 그 남자(H)를 만났다.
반지 사건, 흰 기모노 사건, B의 집에 대해 설명을 하고,
B에게 붙어 있는 것은 B자신도, 그 누구도 억제할 수 없으며
악령이나 저주는 튕겨내기만 할 뿐이고 쫓아내 주지도 않으니
주위에 피해가 돌아갈 테니 그만 두라고 충고했다.
아무래도 H도 '그런 것들이 보이는' 사람인 지,
B가 흰 기모노를 입었던 어릴 적 사진(④편 참고))을 보여주자
한 눈에 봐도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
"........ 이거 엄청나군. 정말로 살아있긴 한 거야? 지금까지?
이게 뭐지? 산신인가? 이런 게 노리고 있는데도 무사하다고?
그렇다면, 정말 가능할 지도 몰라..."
H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 우리가 아무리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해도 듣지 않고
끊임없이 B의 그것에 대해 물어 왔다.
다른 '보이는 사람'의 의견이 듣고 싶었는 지, A는 주저하면서도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할 감각에 대한 단어가 많았다.
"단단한 정도는? 뚜둑 하는 느낌인가?"
"그렇지도 않고, 한기가 든다던지, 일그러진 느낌도 없고,
그저 오싹하기만 한데,
분명 거기에 있긴 한데 왜 기척이 안 느껴지지 하는 이상한 인상...."
"정말로? 그러면 까끌까끌 문지르는 듯한 느낌은 있어?"
"그런 것도 없어. 매끈한데, 침식하지도 않고, 할 수도 없어."
대충 이런 느낌의 무슨 말인 지 알 수 없는 대화 끝에 H는
"....... 나도 전혀 아무런 짐작을 못 하겠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서 다시 한 번, 정말로 그만 두는 게 좋을 거라고 충고를 하고
그 자리는 그렇게 끝이 났다.
며칠 후 토요일,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제부터 C를 만나려 하는데 함께 만나지 않겠냐고, B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C가 '귀신이 나오는 집이 있으니 괜찮으면 나와 A에게도 권해보는 게 어떠냐'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바로 집을 나섰고,
A와 만나 B에게 들은 약속 장소로 나가니, H가 히죽거리며
"미안. B랑 B는 나중에 올 테니까, 일단 차 타."
차 안에서 설명을 들었다.
"내가 아는 '귀신 나오는 집'이 있으니까 와 보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바로 OK 하더군.
쿨한 남편을 뒀어.
'옛 친구들이랑 담력 테스트를 한다고? 알았어. 재미있게 놀다 와.' 하더니
직접 애까지 보고 있겠다는 군.
시간이 얼마 없어. 서둘러야겠어."
H의 목적지는 고급 주택가 담장에 둘러싸인 거대한 호화 저택이었는데,
차가 멈추었을 때, 내 옆에 앉아있던 A의 얼굴빛이 새파랬다.
"미안. 그래도 우린 외부인이니 괜찮을 거야. ,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H가 어서 내리라고 재촉하자 내키지 않는 듯 느릿느릿 내린 A는
그 저택을 올려다보고는 경련이 일어난 얼굴로 H를 바라 보았다.
"......진심이야?"
"그래. 이 집 아줌마가 우리 엄마 친구야. 그런데 그 아들이 완전히 맛이 갔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 사람은 자유로워 질 지 몰라도, 주변으로 퍼져 나가게 될 거야."
"그래서 나도 생각을 해 봤어.
도망갈 수 없는 곳에 집어 넣어서 서로 싸우게 만들면 되잖아?
한 쪽이 완전히 끝장날 때까지."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현관 문이 열리고
집 안에서 중년 아주머니가 나와 우리를 맞아 주었다.
안내받은 방에 있는 남자를 보자, 나도 모르게 몸이 굳었다.
남자는 벽을 보고 서서, 눈에는 거의 흰자위만 보이도록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입가는 살짝 올라가 히죽거리는 듯 했고,
얼이 빠진 듯 계속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었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눈매가 정말 무서웠다.
"이게 이 집에 나오는 유령이야."
라고 말했으면, 아마도 나는 바로 믿었을 것이다.
A의 얼굴도 새파래져 있었다.
"본거지는 어디야?"
A가 묻자, H는 끄떡도 없다는 듯 웃고는
"그게 가장 문제야.
알 수가 없어. 어느 날 보니까 씌어 있었어."
나중에 둘에게 들으니, 그 집 아들(I)에게 붙어 있던 것은
여러 명의 영들이 원념을 매개로 융합한 것이라고 한다.
꽤 오랫동안 생물이 아닌 것에게 붙어 있었는 지,
본체라고 해야 할 지, 신물(神物:신령이 머무는 나무, 돌, 동물 등)이라고 해야 할 지,
I에게 붙기 전에 씌어 있던 곳이 있을 텐데,
그게 제령할 때에 단서, 또는 토대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서 붙은 건 지 알 수 없어서 제령의 단서가 없어
영능력자들이 포기했다고.
H의 대답은 들은 A는 더욱 더 질린 얼굴이었다.
"……이 사람 괜찮은 거야? 무슨 일이 벌어지진 않았어?"
"아.... 직전까지 간 적은 있는데, 지금은 좀 전에 왔던 사람이 몸 안에 눌러 놔 준 모양이야."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밖에서 차 소리가 났다.
C가 B를 태우고 온 차였는데,
역시나 B은 차 안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H가 B를 부축해서 방 안으로 데려가 바닥에 뉘이고 담요를 덮어 주었다.
그 후에 그 집 아주머니가 I를 데려 와, 한창 곯아떨어진 B와 얼이 빠진 I를 남겨 두고
우리는 그 방을 나왔다.
친구 B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실은 대학 때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그 일에 대해 최근 알게 된 것이 있어서 글을 쓴다.
B의 대학 시절 전 남자친구 E에 대해 쓴 적이 있다.
E는 우리와 함께 노는 그룹이 아니었기에, 우물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
B와는 졸업 직전에 취직을 이유로 헤어졌다고 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도 B를 드나들고 있는 그것의 존재에 대해서는 모를 지도 모른다.
대학 시절, B가 E에게서 받은 반지를 친구들에게 자랑한 적이 있었다.
금과 은이 함께 섞인 반지였고, 여자애들 말을 들어보면 꽤 좋은 거였다는데,
A는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물 사건도 있고 해서, 나는 나중에 살짝
"저 반지에 뭔가가 있는 거야?"하고 물어보았다.
"응.... 좀 위험한 걸 지도 몰라. 어쩌지...
혹시 너 그런 거 쫓아낼 수 있는 사람 알아?
역시, 모르겠지...."
나는 "그런 것이 보이는 사람"은 A이외에는 아무도 몰랐기에,
A에게 그렇다고 대답하자,
A는 그런 것들이 보이긴 하지만,
지금껏 위험한 것들은 피하며 살아 오기만 해서,
알고 있는 영능력자가 없다고 했다.
"게다가, B도 안 빌려 주려고 하겠지...
영능력자한테 B를 데리고 가면,
B의 그것과 싸움이 날 지도 모르고..."
만약 B에게 그 반지가 영적으로 위험한 거라고 말하면,
B는 분명 재미있어하며 직접 가져가려고 할 거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그래도... B한테는 그게 있으니까 괜찮지 않아?" 하고 물었지만, A는 복잡한 표정으로
"음...... 글쎄....."
하고 그 대화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다음 날, 학교 안에서 A가 사고로 다치게 되었다.
유리에 베여 학교 보건센터에 옮겨진 A는
함께 있던 같은 과 학생에게
자신의 짐을 보건센터와 가장 가까운 강의실에 갖다 두어 주면, 자신이 가져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 때 그 녀석과 우연히 만나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무래도 지갑이나 귀중품은 도난당할 위험이 있으니
내가 맡아주기로 했다.
강의실로 가자, 아무도 없고 A의 가방만이 덩그러니 의자 위에 놓여 있었다.
눈에 익은 가방이긴 했지만, 다른 사람 가방일 수도 있어서 살짝 가방 안을 열어
이름이 쓰인 물건을 확인해 보려고 했다.
그랬더니
지갑이 든 주머니 안에 작은 비닐봉지에 든 반지가 보였다.
전날 B가 자랑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B의 반지인가? 이걸 왜 A가 가지고 있지?
그냥 같은 물건을 산 걸 지도 모른다.
아니면 A가 몰래 빌려와서 반지에 붙은 걸 쫓아내려 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지갑 안의 면허증을 확인하고 나서, 가방을 들고 강의실을 나오려 하자
뒤에서 "야옹~" 하는 소리가 났다.
뒤를 돌아보니 창틀 쪽에 회색빛 고양이가 있었다.
야옹~
다시 한 번 울고는 창틀에서 바깥 쪽으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나서 잠시 후에 깨달았다.
저 고양이, 아까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여기 4층인데 바깥에 나뭇가지가 있었던가?
서둘러 창문으로 다가가 확인해 보니, 창문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뭇가지가 뻗어 있는 것도 아니었고, 건물 밖 어디에도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는 4층에서 뛰어내려도 괜찮은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A의 가방을 두었던 곳으로 갔다.
깜짝 놀랐다.
아까는 분명 없었는데, 가방에 엄청난 할퀸 자국들이 나 있었다.
나를 놀리기라도 하듯이 다시 한 번 발치에서 "야옹~" 하는 목소리가 나고
그제서야 나는 A가 계속 신경쓰고 있던 그 반지가
내가 들고 있는 가방 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그리고 또 다시 "야옹~"하는 울음소리와 어떤 소리가 났다.
발치를 내려다보니, 내 신발끈 매듭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역시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야옹~ 야옹~ 야옹~
그 울음소리는 꽤 가깝게 들렸고, 점점 더 불길한 느낌으로 변해 갔다.
식은 땀을 계속 흘리기 시작하는 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울음소리에,
음침한 느낌의 사람 말소리가 겹쳐졌다.
"........같은 건.... 죽어 버려....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
이상하게 그 목소리는 또렷하지 않고 메아리처럼 울림이 있었다.
굳어버린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컬러링이 울리고 있는 동안에도 발치에선 계속 보이지 않는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신발과 가방에선 찌익찌익 소리가 나고,
내려다보니 왠지 바닥에도 흠집이 더 많이 생긴 것 같았다.
"네. 여보세요."
"B야?? 난데, A 얘기 들었어?"
고맙게도 B는 학교 안에 있었다.
서둘러 A가 다친 걸 이야기해 주고, 가방을 좀 맡아달라고 부탁하자 B는 흔쾌히 승낙했다.
나는 전화를 끊고, A의 가방을 들고 온 힘을 다해 달려 B가 기다리는 곳으로 갔다.
그 동안에도 끝없이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고,
나지막이 "죽어버려"나 "죽어 버리면 좋을 텐데..."하는 여자의 중얼거림이 들렸다.
건물에서 빠져나오자, 슈욱하고 다리 사이를 빠져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발이 꼬여서 콰당 넘어지고, 세워져 있던 자전거에 부딪쳤다.
"괜찮아??"
B가 큰소리로 물으며 달려 왔다.
"손 좀 봐! 다리에서도 피가 나잖아?"
B가 소란스럽게 나를 부축하며 짐을 들어 주고,
정신을 차려 보니 고양이 울음소리와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다리의 상처는 자전거에 부딪친 것이 아니라, 손톱에 긁힌 상처였다.
A의 상처도 심하지 않았고, A의 가방 속에 있던 반지는 A가 B에게 빌린 것이었다.
B의 반지와 같은 모양의 반지가 너무 갖고 싶으니
가게에 보여 주고 "이런 반지가 갖고 싶다"고 말하려는데 견본품이 필요하다고 말해서 빌렸다고 한다.
내가 그 가방을 B에게 맡겼다고 말하자,
A는 "아.... 그래..." 말하고는 고양이와 여자 목소리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해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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