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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의 모든 이야기는 양심없는 무단 수집을 거부합니다. ⓒMur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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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Fri)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두 번째, 세 번째 투고에도 썼던 내용이다.
 
 
 
 
 
 
 
A가 B의 집을 방문했을 때, 한 가지 더 이야기해 준 것이 있다.
 
 
 
이것도 꽤 찜찜한 내용이라,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후련해 지고 싶다.
 
 
 
 
 
 
 
 
 
A가 친구 F와 함께 B의 집을 방문했을 때,
 
 
 
건널목에서 차에 치인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원인은 모르는 게 약이라,
 
 
 
B는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괴로울 거야. 아직 어린 자식의 불행이라는 건.
 
 
 
부모는 참 죽을 만큼 괴롭겠지.
 
 
 
나도 이 아이가 어른도 되지 못하고 죽게 된다면, 
 
 
 
내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어."
 
 
 
 
 
F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자,
 
 
 
B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내가 초등학교 때 같은 반 애한테도 안 좋은 일이 있었어.
 
 
 
그 애 엄마도 거의 정신이 나가셨지.
 
 
 
장례식에 갔었는데, 가까이 갔더니 엄청나게 나를 노려보면서
 
 
 
 
 
 
 
니가 죽었어야 해!


왜 우리 애가 죽은 거야!!
 
 


 
 
하며 소리를 질러서 무서웠어.
 
 
 
그런데 지금은 그 마음을 조금 알 것 같아.."
 
 
 
 
 
그리고 B는 그 일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예전에 B의 아버지는 몇 년에 한 번씩은 이동을 해야 하는 일을 하셨다고 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3,4학년 때 쯤에 시골에 살게 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침상 도시화가 막 시작된 동네였고,
 
 
 
학교에는 바깥에서 전학 온 외지 아이들과 토박이 아이들이 함께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B는 같은 반 여자 아이의 집에 초대받았다.
 
 
 
그 집은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집안이었는데
 
 
 
외지 아이들과 현지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고 모두 불렀다고 한다.
 
 
 
혼자 온 아이도 있고, 부모와 함께 온 아이도 있었는데
 
 
 
B의 어머니가 B에게 함께 그 집에 가 보자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지역의 자그마한 행사 시기였었는지, 그 크고 멋진 집에
 
 
 
그 반 친구의 형제들도 친구를 불러들이고, 친척들까지 와서
 
 
 
간소한 마츠리(지역 축제)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술, 다과와 요리가 나오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이야기를 나누고,
 
 
 
날이 저물어 갈 때 쯤에 그 집 아저씨(반 친구의 아버지)가 모두를 불러 모았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떠올리자면,
 
 
 
파티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주님(혹은 무녀님) 역할을 해 줄 아이를 모집한다는 것이었다.
 
 
 
의상과 소도구는 준비되어 있고,
 
 
 
앞으로 새롭게 친해지고 싶으니
 
 
 
꼭 외지에서 온 아이 중의 한 명에게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화려하고 하늘하늘한 옷을 보고
 
 
 
B는  "제가 할래요!" 하고 제일 먼저 손을 들었고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 집 사람들이 하얀 옷을 입혀 주었고
 
 
 
화장도 해 주고, 하얀 천도 뒤집어쓰고
 
 
 
가마같은 것도 타서 몹시 신났다고 한다.
 
 
 
B의 어머니도 
 
 
 
"어머, B 너무 귀엽다~"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 집 아저씨의 설명에 따르면
 
 
 
"가마를 타고 근처 신사에 가면

 

가마를 메고 온 사람들이 


잠시 가마를 두고 멀어져 있을 거란다.

 

그러면 공주님은 가마에서 내려 



신사 안으로 들어가

 

공양물과 술을 두고 오면 된단다.

 

신사 안에 있으면 데리러 갈게."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남자 몇 명이 B가 탄 가마를 메고 산길을 올랐다.
 
 
 
 
 
 
 
 
 
"너무 설쳐서 그런 지, 가는 도중에 주변이 조용해 지니까 너무 졸린 거야.
 
 
 
그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어.
 
 
 
그런데 정신을 차려 보니까 아무도 없는 거야.
 
 
 
당황해서 급히 신사 안으로 들어갔는데
 
 
 
너무 졸려서 기절할 것만 같아서
 
 
 
어쨌든 대충 공양물이랑 술을 두고 거기서 바로 곯아떨어졌지.
 
 
 
나중에 엄마한테 들었는데,
 
 
 
가마를 메고 온 사람들이 데리러 왔을 때는
 
 
 
업어 가도 모를 듯이 자고 있어서
 
 
 
그 분들이 잠든 나를 데리고 와 주셨대.
 
 
 
엄마한텐 남에게 민폐끼쳤다고 혼났어.
 
 
 
그리고 집에 돌아갔는데 며칠동안 몸살로 앓아 누운 거 있지?
 
 
 
3일 정도 열이 안 내려서
 
 
 
엄마가 "신나서 설치다가 그런 데서 막 자니까 이러잖니!" 하고 막 혼내셨어."
 
 
 
 
 
 
 
 
 
B가 앓아 누워 있는 동안,
 
 
 
마츠리 날 밤에 그 곳에 있던 어른들이
 
 
 
자주 문병을 와 주었다고 한다.
 
 
 
특히 그 친구의 어머니가 자주 들러서 몸 상태는 어떤 지,
 
 
 
꿈자리가 나쁘진 않은 지 여러가지로 신경 써 주셨다.
 
 
 
 
 
"병 문안을 와 주셔서 공주님 의상도 가져다 주셨어.
 
 
 
내가 그 옷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병실에 걸어 두는 게 어떠냐고.
 
 
 
그리고 그 신사의 부적이랑, 마츠리 때 공양물도 주셨어.
 
 
 
내가 폐를 끼쳤는데도 화도 안 내시고 참 착하셨어.
 
 
 
그런데.."
 
 
 
 
 
 
 
겨우 B의 열이 내리고, 완전히 회복해서 학교에 가자
 
 
 
초대해 주었던 그 집의 아이가 그 전날에 죽었다고 한다.
 
 
 
B가 어머니와 함께 장례식에 갔는데
 
 
 
죽은 아이의 어머니가 B와 B의 어머니를 보고
 
 
 
무시무시하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니가 왜 살아 있는 거야!!
 
 
 
 
 
 
 
왜 우리 애가 끌려 간 거냔 말이야!!
 
 
 
 
 
 
 
XX에 갔어야 하는 건 너야!!

 

 

표식은 어쨌어!!!"
 
 
 
 
 
 
 
 
 
 
 
 
 
B의 어머니가 그 하얀 옷을 돌려 주려 하자
 
 
 
죽은 아이의 어머니는 더욱 더 분노하며
 
 
 
 
 
 
 
 
 
"거짓말이야. 



이건 다 거짓말이라고!!!"
 
 
 
 
 
 
 
 
 
소리쳐대서, B와 B의 어머니는 향도 올리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다.
 
 
 
 
 
 
 
"그 때는 너무 무서워서 울었는데,
 
 
 
나중에 엄마가 말씀하시는 거야.
 
 
 
'내 아이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누구라도 슬퍼서 정신이 나가 버릴 거야.
 
 
 
B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엄마도 그렇게 되어 버릴 거야.
 
 
 
B가 잘못한 게 아니니까 너무 마음 쓰지 마.'
 
 
 
지금은 정말 그렇겠구나 싶어."
 
 
 
 
 
 
 
 
 
 
 
 
 
 
 
 
 
 
 
이 이후는 나와 A가 나눈 이야기이다.
 
 
 
 
 
"B가 늘 이야기하는 괴담은 늘 자동차 귀신 아니면 엘리베이터 귀신같은 것들 뿐이지.
 
 
 
왜 못 알아차리는 걸까?
 
 
 
하얀 기모노에 하얀 쓰개.
 
 
 
그건 공주님 옷도 아니고, 무녀 옷도 아니야.
 
 
 
신부 옷이잖아?"
 
 
 
 
 
 
 
 
 
 
 
 
 
 
 
<참고 그림>
hanayome.jpg
 
 
 
 
 
 
 
 
 
 
 
 

 
 
 
 
 
 
 
 
 
 
 
 
 
 
 
 
 
 
 
 
 
 
 
 
 

나도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가마를 타고, 신이 있는 신사에 옮겨져
 
 
 
술, 공양물과 함께 혼자 남겨진다.
 
 
 
'하얀 기모노와 하얀 쓰개'를 입은 여자 아이라고 하면, 그건...
 
 
 
 
 
 
 
 
 
"전용 가마가 있을 정도로 전통 있고 제대로 된 마츠리라면
 
 
 
보통 중요한 역할을 외지 아이에게 맡기지 않을 거야.
 
 
 
같은 나이의 그 집 아이가 있는데 말이지.
 
 
 
.......그 때는 B의 그것도 작았나 봐.
 
 
 
열이 나서 앓아 누웠다는 걸 보니."
 
 
 
 
 
 
 
 
 
 
 
얼마 지나고 B의 가족은 다시 아버지의 전근 때문에 마을을 나왔다고 한다.
 
 
 
그 때까지 그 죽은 아이 집에서는 B의 가족을 철저히 피했고
 
 
 
또 그 집은 불운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
 
 
 
죽은 아이의 언니(혹은 오빠)가 입원하는 바람에
 
 
 
B의 가족은 옷도 돌려 주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B가 가지고 있다고 한다.
 
 
 
B는 '아이를 잃은 엄마는 그렇게도 괴로운 거구나, 그렇게도 슬픈 거구나' 하고 
 
 
 
충격을 받아, 지금도 이사나 대청소 때에 그 옷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내가 병 문안 때 그 옷을 안 받았으면,
 
 
 
혹시 그 아이는 살지 않았을까 생각했더니
 
 
 
어쩐 지 버릴 수가 없어서 계속 보관하고 있어."
 
 
 
 
 
 
 
 
 
A의 의견에 따르면
 
 
 
"그 오래되고 하얀 기모노는 '마킹'일 거야.
 
 
 
처음 본 순간,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꼈어."
 
 
 
 
 
 
 
그 기모노는 묵직한  비단 소재에, 아이가 입으면 소매가 질질 끌릴 만한 사이즈였다고 한다.
 
 
 
옷 전체에는 자그마한 글자같은 문양이 빽빽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희미하지만 향 냄새가 배어 있었고,
 
 
 
(A의 표현에 의하면) 비릿한 기운이라고 할까,
 
 
 
저 세상의 냄새가 났다고 한다.
 
 
 
 
 
 
 
A의 추측에 의하면,
 
 
 
그 아이의 집에서는
 
 
 
B가 살아 돌아온 데다가 좀처럼 '끌려가질 않으니'
 
 
 
만전을 기하기 위해 신부의 표식인 혼례 의상을 B에게 가져다 줬을 것이라 한다.
 
 
 
 
 
그렇지만 신사의 주인은 무언가(아마도 B의 그것)에 방해를 받고
 
 
 
결국은 B를 데려가지 못해서
 
 
 
신사의 주인이 노한 결과 그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한다.
 
 
 
 
 
혹시 만약 그렇다면,
 
 
 
몹시 불쾌해 졌다.
 
 
 
 
 
 
 
B와 다른 외지 아이들을 초대한 그 집 아이들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예상이 빗나가 자신의 아이들이 끌려 가게 된 그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뒷맛이 씁쓸하다.
 
 
 
 
 
 
 
 
 
B의 어머니는 마츠리 날 밤에 찍은 사진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도 가지고 있어. 볼래?"
 
 
 
B는 A와 F에게 몇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A는 그 중 한 장을 빌려와서, 친절하게도 나에게 보여주었다.
 
 
 
 
 
몇 개의 검은 선이, 하얀 기모노를 입고 있는 B를 휘감고 있는 듯한 사진을.
 
 
 
 
 
 
 
 
 
B는
 
 
 
"촛점이 어긋나서 나뭇가지들이 찍혔는데, 꼭 심령사진 같지?"
 
 
 
라고 말했다는데, 나뭇가지보다는 크고 검은 손이 B를 움켜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 년 전에 B의 어머니가 장난삼아 영능력자에게 이 사진을 보여 준 적이 있다고 한다.
 
 
 
그 영능력자는
 
 
 
"이 소녀는 아주 강한 산의 령에 씌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다음 생일을 맞지 못할 겁니다."
 
 
 
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B의 어머니는
 
 
 
"얘 지금은 벌써 대학생이에요~" 하고 말해 주기가 안쓰러워서
 
 
 
"하아... 그렇군요..."하고 집에 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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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13 (Fri)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두 번째 투고에도 썼던 내용이다.

 

이것을 전제로 해서,당시 B의 남자친구(E)에게 들은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다.

 

 

 

 

E는 B를 자신의 집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 때까지 자신의 다른 여자친구들에겐 예의바르게 행동했던 여동생이

 

B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무례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B에게 차를 끼얹고, 상스러운 말을 하는 등

 

무례라기 보다는 괴롭히는 것에 가까울 정도였다.

 

E도 슬슬 화가 나서 B는 방에 있으라고 한 후, 여동생을 부엌으로 데려가

 

어머니와 함께 혼을 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E의 여동생이

 

 

 

"뒷산 묘지의 부처님이

다들 미친 듯 날뛰며 겁내고 있단 말이야!



 

저런 여자가 이 집 안에 있는 거

나도 너무 싫어!!"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E와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어 

 

조만간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그 얘기는 거기서 끝내고 E는 B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B가 방바닥에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B를 보고

 

E의 어머니도 어이가 없었다.

 

E의 여동생도 계속 쫓아내라고 시끄럽게 굴어서

 

어쩔 수 없이 E가 B를 데리고 집에 돌려보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여자친구와 여동생 간의 신경전같지만,

 

그 후의 이야기가 있다.

 

 

E의 여동생이 말한 것처럼

 

E 집의 뒷산에는 널찍한 묘지가 있었고(그 너머에는 절도 있었다.)

 

E가 B를 차에 태워 나간 다음 날,

 

그 묘지에서 큰 소동이 있었다.

 

단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열 몇개의 비석이 쓰러진 것이다.

 

두 동강이 난 것도 있고, 금이 간 것, 깎여 나간 것처럼 글자가 지워진 것 등

 

수많은 비석이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그 후, E가 그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었을 때에는

 

몇 몇 집에서 다시 비석을 세워도 다시 쓰러져서,

 

한 집에서 영능력자를 불러 봤더니,

 

 

"안 되겠습니다. 이제 아무리 비석을 다시 세운다고 해도

 

조상님들을 다시 불러들여 편안히 잠들게 해 드리진 못합니다.

 

안타깝지만, 다른 곳에 이장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B의 그것과 묘지의 부처님이 싸운 결과인 것일까.

 

 

 

나중에 A에게

 

"그것과 싸워서 모습을 감춘 부처님은 어디로 간 걸까?" 하고 묻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정말 안 됐어.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내 집 안방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 집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 것같은


상태였을 거야."

 

 

 












    


seal_dontgo.jpg


+이 분 시리즈가 현재 2010년 8월에 작성된 7편까지밖에 없는데,

 

2011년이 되었으니 또 한 편 투고해 주셨으면 좋겠다...


2011/05/12 (Thu)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그 후, 다시 B와 연이 닿아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그 후, A가 다른 친구(F)와 함께 B의 집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도 있는 지, B의 아이들은 무사한 지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다.

 

다녀와서 한 이야기를 들으니

 

"...... 가는 게 아니었어...." 라고 후회하는 듯 했다.

 

 

A가 말하길, B는 교외의 약간 한적한 곳에 살고 있고,

 

기꺼이 A와 F를 맞아 주었다.

 

마침 휴일이라 B의 남편과 아이들도 있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그것은 아직 B의 안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커져 있었다.

 

커졌다고 할까, 강해졌다고 할까, 분명해졌다.

 

"모양이나 얼굴같은 윤곽은 안 보이지만, 

 

안개라고 치면 '짙어졌고', 그림자로 치면 더 '입체적'이 되었어.

 

기운도 강해 졌고, 풍기는 냄새랄까 방사능같은 게 더 늘어나서, 솔직히 무서웠어."

 

 

 

 

A와 F가 그 동네 역에 내렸을 때부터, 그 거리에 굉장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F도 불안한 듯

 

"...여기 좀 이상한 것 같아. 애들이 많은 동네 치고는 조용해서 그런가?

 

약속시간보다 좀 빨리 오긴 했는데, 다른 데 들어가지 말고 바로 B 집으로 가는 게 어때?"

 

라고 말할 정도였다.

 

역에서 B의 집으로 향하는 짧은 시간동안

 

A는 깜짝 놀랄 정도로 수많은 안 좋은 영들을 보았다고 한다.

 

잔혹하게 죽어서 성불하지 못한 영혼들, 성질 나쁜 동물령 등이 우글우글했다.

 

 

 

 

"거리 전체가 원념으로 범벅이 된 것 같아서 무서웠어.

 

나 혼자였으면 어떻게든 물리쳤을 텐데,

 

F한테 그런 얘기 했다가 이상한 눈길 받는 것도 싫었어.

 

이미 뒤에 들러붙어 따라오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B의 집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대로 걸음을 서둘렀지."

 

 

 

그래서 서둘러 B의 집에 도착하자, 그 안에는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B의 집 안은 B가 가지고 있는 그것의 기운으로 가득차 있는 것 외에는 깔끔해서

 

오히려 안심했다고 한다.

 

 

"B의 남편과 아이는 평범했어.

 

가끔 평생 그런 것들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B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렇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거야.

 

B의 남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수호령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수호령조차 그 집에 붙어있질 못한 거겠지."

 

 

수호령이 없다니, 괜찮은 건가.

 

나는 B가 곁에 없으면 수호령이 돌아 오는 지 물어 보았지만,

 

A는 그 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오랜만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F가 적당히 신축 건물이고, 입지도 좋고, 널찍하고 괜찮은 방이라고 칭찬하자

 

B가 말하길 원래 그 집은 다들 기피하는 비인기 주택이었다고 한다.

 

입주자가 몇 번이고 바뀌어서 B가족이 그 집에 입주하는 열 몇번째 가족이었다고 한다.

 

거기서 사고나 자살 사건도 몇 번 있었고,

 

입주자에게 불운이 이어져서 다들 꺼리는 집이 되었기에 집값이 몹시 쌌다.

 

 

"안내해 주기는 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도 그리 권하진 않았어.

 

주변 사람들도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이사 나오라고 걱정해 줬어.

 

근데 우리 남편도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나는 오히려 귀신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을 정도니까~."

 

 

 

B는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결국 그런 건 말뿐이더라구.

 

이 집에 이사온 지 반 년쯤 됐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다른 집에도 사고는 일어나고, 건널목에서 차에 치인 아이도 있고,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건 다들 똑같지 뭐.

 

공교롭게 이 방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많아서

 

저주받은 집이네 뭐네 하는 말이 붙은 것 같아."

 

 

 

F는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A는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얼굴 표정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A가 말하길,

 

그 방은 정말로 '저주받은 방'이었다고 한다.

 

영적인 위치 관계라던가, 가까운 곳에 늪이나 바다가 있던가, 집의 방향이라던가

 

그런 여러 가지 요인이 안 좋은 것들을 끌어 들이는 포인트를 만드는 일이 있다고 한다.

 

 

 

 

"건물 안에서도 밀폐성이 높은 방이라면, 더욱 더 그런 것들이 빠져 나가질 못해.

 

그 곳에 안 좋은 것들이 모이니까, 반면에 다른 곳은 깨끗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곳에 B가 살기 시작한 거야.

 

 

 

A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 마을의 바퀴벌레, 지네, 말벌을 모아 놓은 해충으로 가득한 방 한가운데에

 

갑자기 해충 퇴치 폭탄을 놓은 거야."

 

 

그리고 A는 이렇게도 말했다.

 

 

"B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두 번 다시 그 집 근처에는 안 갈 거야.

 

그것들이 더욱 흩어져서 좀 안정이 될 때까진 아마 몇 년 정도 걸리겠지."

 

 

 

 

A의 생각으로는, B의 남편과 아이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살면서 B의 그것의 기운이 스며들고

 

웬만한 것들은 알아서 피해갈 것이고, 원래 영감과는 거리가 먼 체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돌아갈 때에 B의 남편이 역까지 배웅해 주었는데

 

길에 있던 나쁜 것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마도 그 근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일 것이다.

 

씁쓸해 졌다.

 

이 곳에 글을 써서라도 후련해 지고 싶었다.

 

아마 A도 그럴 것이다.

 

A는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다 물리칠 만한

 

강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내가 몇 번이고

 

아무 것도 못 보지만 위험은 저절로 피해지는 B가 부럽지 않냐고 물었을 때,

 

A는 분명히 고개를 저었다.

 

"난 절대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런 게 내 몸 속에 살고 있는데도 느껴지지조차 않는다니,

 

죽어도 그런 건 싫어."

 

 

보통 귀신에 비해 B의 그것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정념이 없다"고 대답했다.

 

 

"내가 느낀 위화감에 대해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알기 쉽게 말하자면,

 

영혼이란 건 어떤 의미로 마음이 떨어져 나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사람이건 동물이건 반드시 마음이 보이지.

 

"살고 싶다"던가, "괴롭다"던가 그런 간단한 거라도.

 

그 정념을 바탕으로 이승 사람들을 저주하거나 지키기도 하는 거니까.

 

그런데 B의 그것은 그게 안 보여.

 

뭔가 의지가 있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긴 하는데,

 

그 근원이 되는 마음이 전혀 없어.

 

B에게서 나올 때도, 다시 돌아갈 때도, 우물에서 나온 것과 싸울 때조차

 

전혀.

 

보통 귀신이라고 하기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seal_ganji.jpg

 

+뭔가 A 이 분, 멋있다... 그대의 담담함....

네이트 판에서 인기 끌었던 작가 분들의 전형적인 영감있는 친구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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