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애가 죽은 거야!!
나도 그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았다.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두 번째 투고에도 썼던 내용이다.
이것을 전제로 해서,당시 B의 남자친구(E)에게 들은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다.
E는 B를 자신의 집에 데려간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그 때까지 자신의 다른 여자친구들에겐 예의바르게 행동했던 여동생이
B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무례했다고 한다.
말도 안되는 트집을 잡아 B에게 차를 끼얹고, 상스러운 말을 하는 등
무례라기 보다는 괴롭히는 것에 가까울 정도였다.
E도 슬슬 화가 나서 B는 방에 있으라고 한 후, 여동생을 부엌으로 데려가
어머니와 함께 혼을 냈다고 한다.
그랬더니 E의 여동생이
"뒷산 묘지의 부처님이
다들 미친 듯 날뛰며 겁내고 있단 말이야!
저런 여자가 이 집 안에 있는 거
나도 너무 싫어!!"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E와 어머니는 어처구니가 없어
조만간 정신과 상담이라도 받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일단 그 얘기는 거기서 끝내고 E는 B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랬더니, B가 방바닥에서 자고 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B를 보고
E의 어머니도 어이가 없었다.
E의 여동생도 계속 쫓아내라고 시끄럽게 굴어서
어쩔 수 없이 E가 B를 데리고 집에 돌려보냈다고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여자친구와 여동생 간의 신경전같지만,
그 후의 이야기가 있다.
E의 여동생이 말한 것처럼
E 집의 뒷산에는 널찍한 묘지가 있었고(그 너머에는 절도 있었다.)
E가 B를 차에 태워 나간 다음 날,
그 묘지에서 큰 소동이 있었다.
단 하룻밤이 지났을 뿐인데,
열 몇개의 비석이 쓰러진 것이다.
두 동강이 난 것도 있고, 금이 간 것, 깎여 나간 것처럼 글자가 지워진 것 등
수많은 비석이 처참한 광경이었다고 한다.
그 후, E가 그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들었을 때에는
몇 몇 집에서 다시 비석을 세워도 다시 쓰러져서,
한 집에서 영능력자를 불러 봤더니,
"안 되겠습니다. 이제 아무리 비석을 다시 세운다고 해도
조상님들을 다시 불러들여 편안히 잠들게 해 드리진 못합니다.
안타깝지만, 다른 곳에 이장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B의 그것과 묘지의 부처님이 싸운 결과인 것일까.
나중에 A에게
"그것과 싸워서 모습을 감춘 부처님은 어디로 간 걸까?" 하고 묻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정말 안 됐어.
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내 집 안방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옆 집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긴 것같은
상태였을 거야."
+이 분 시리즈가 현재 2010년 8월에 작성된 7편까지밖에 없는데,
2011년이 되었으니 또 한 편 투고해 주셨으면 좋겠다...
지난 번에 친구 B에게 깃들어 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썼었다.
그 후, 다시 B와 연이 닿아 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지난 이야기에 대한 상황.
・영적인 것들이 '보이는' A의 말에 의하면,
B의 몸을 왔다갔다 하는, 보통 귀신과는 다른 존재가 있다.(마치 기생충같은)
・B 본인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다른 영적인 것들은 거의 그것을 피하며
B는 심령 현상을 느끼지 못한다.
・우선 당시 A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B를 지켰다.
・그렇지만 A가 느끼기에는, 도저히 호의로 지켜주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강력한 영과 B의 그것이 싸울 때에 B 본인은 곯아 떨어지게 된다.
그 후, A가 다른 친구(F)와 함께 B의 집을 찾아가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지금도 있는 지, B의 아이들은 무사한 지 신경이 쓰였다는 것이다.
다녀와서 한 이야기를 들으니
"...... 가는 게 아니었어...." 라고 후회하는 듯 했다.
A가 말하길, B는 교외의 약간 한적한 곳에 살고 있고,
기꺼이 A와 F를 맞아 주었다.
마침 휴일이라 B의 남편과 아이들도 있어서 인사를 나누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그것은 아직 B의 안에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욱 커져 있었다.
커졌다고 할까, 강해졌다고 할까, 분명해졌다.
"모양이나 얼굴같은 윤곽은 안 보이지만,
안개라고 치면 '짙어졌고', 그림자로 치면 더 '입체적'이 되었어.
기운도 강해 졌고, 풍기는 냄새랄까 방사능같은 게 더 늘어나서, 솔직히 무서웠어."
A와 F가 그 동네 역에 내렸을 때부터, 그 거리에 굉장히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느끼지 못하는 F도 불안한 듯
"...여기 좀 이상한 것 같아. 애들이 많은 동네 치고는 조용해서 그런가?
약속시간보다 좀 빨리 오긴 했는데, 다른 데 들어가지 말고 바로 B 집으로 가는 게 어때?"
라고 말할 정도였다.
역에서 B의 집으로 향하는 짧은 시간동안
A는 깜짝 놀랄 정도로 수많은 안 좋은 영들을 보았다고 한다.
잔혹하게 죽어서 성불하지 못한 영혼들, 성질 나쁜 동물령 등이 우글우글했다.
"거리 전체가 원념으로 범벅이 된 것 같아서 무서웠어.
나 혼자였으면 어떻게든 물리쳤을 텐데,
F한테 그런 얘기 했다가 이상한 눈길 받는 것도 싫었어.
이미 뒤에 들러붙어 따라오고 있는 것도 있었는데,
B의 집에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서, 그대로 걸음을 서둘렀지."
그래서 서둘러 B의 집에 도착하자, 그 안에는 여전히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다.
B의 집 안은 B가 가지고 있는 그것의 기운으로 가득차 있는 것 외에는 깔끔해서
오히려 안심했다고 한다.
"B의 남편과 아이는 평범했어.
가끔 평생 그런 것들과 관계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있지.
B와 함께 살아야 한다면, 그렇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거야.
B의 남편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수호령조차 보이지 않았으니까.
수호령조차 그 집에 붙어있질 못한 거겠지."
수호령이 없다니, 괜찮은 건가.
나는 B가 곁에 없으면 수호령이 돌아 오는 지 물어 보았지만,
A는 그 부분은 모른다고 대답했다.
오랜만이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F가 적당히 신축 건물이고, 입지도 좋고, 널찍하고 괜찮은 방이라고 칭찬하자
B가 말하길 원래 그 집은 다들 기피하는 비인기 주택이었다고 한다.
입주자가 몇 번이고 바뀌어서 B가족이 그 집에 입주하는 열 몇번째 가족이었다고 한다.
거기서 사고나 자살 사건도 몇 번 있었고,
입주자에게 불운이 이어져서 다들 꺼리는 집이 되었기에 집값이 몹시 쌌다.
"안내해 주기는 했지만, 부동산 중개업자도 그리 권하진 않았어.
주변 사람들도 무슨 일이 생기면 곧바로 이사 나오라고 걱정해 줬어.
근데 우리 남편도 그런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나는 오히려 귀신이 있으면 만나보고 싶을 정도니까~."
B는 가볍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결국 그런 건 말뿐이더라구.
이 집에 이사온 지 반 년쯤 됐는데, 아무 일도 없었어.
다른 집에도 사고는 일어나고, 건널목에서 차에 치인 아이도 있고,
조심하지 않으면 위험한 건 다들 똑같지 뭐.
공교롭게 이 방 사람들에게 그런 일이 많아서
저주받은 집이네 뭐네 하는 말이 붙은 것 같아."
F는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A는 경련이 일어날 것 같은 얼굴 표정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
A가 말하길,
그 방은 정말로 '저주받은 방'이었다고 한다.
영적인 위치 관계라던가, 가까운 곳에 늪이나 바다가 있던가, 집의 방향이라던가
그런 여러 가지 요인이 안 좋은 것들을 끌어 들이는 포인트를 만드는 일이 있다고 한다.
"건물 안에서도 밀폐성이 높은 방이라면, 더욱 더 그런 것들이 빠져 나가질 못해.
그 곳에 안 좋은 것들이 모이니까, 반면에 다른 곳은 깨끗할 수 있게 되기도 하지.
그런데 갑자기 그런 곳에 B가 살기 시작한 거야.
A의 표현을 빌리자면
"온 마을의 바퀴벌레, 지네, 말벌을 모아 놓은 해충으로 가득한 방 한가운데에
갑자기 해충 퇴치 폭탄을 놓은 거야."
그리고 A는 이렇게도 말했다.
"B를 싫어하는 건 아닌데, 두 번 다시 그 집 근처에는 안 갈 거야.
그것들이 더욱 흩어져서 좀 안정이 될 때까진 아마 몇 년 정도 걸리겠지."
A의 생각으로는, B의 남편과 아이는 괜찮을 것이라고 했다.
함께 살면서 B의 그것의 기운이 스며들고
웬만한 것들은 알아서 피해갈 것이고, 원래 영감과는 거리가 먼 체질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돌아갈 때에 B의 남편이 역까지 배웅해 주었는데
길에 있던 나쁜 것들이 가까이 다가오질 못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마도 그 근처에 살고 있는 이웃들일 것이다.
씁쓸해 졌다.
이 곳에 글을 써서라도 후련해 지고 싶었다.
아마 A도 그럴 것이다.
A는 그런 것들을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것들을 다 물리칠 만한
강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했다.
내가 몇 번이고
아무 것도 못 보지만 위험은 저절로 피해지는 B가 부럽지 않냐고 물었을 때,
A는 분명히 고개를 저었다.
"난 절대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런 게 내 몸 속에 살고 있는데도 느껴지지조차 않는다니,
죽어도 그런 건 싫어."
보통 귀신에 비해 B의 그것이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정념이 없다"고 대답했다.
"내가 느낀 위화감에 대해 설명하긴 어렵겠지만, 알기 쉽게 말하자면,
영혼이란 건 어떤 의미로 마음이 떨어져 나와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사람이건 동물이건 반드시 마음이 보이지.
"살고 싶다"던가, "괴롭다"던가 그런 간단한 거라도.
그 정념을 바탕으로 이승 사람들을 저주하거나 지키기도 하는 거니까.
그런데 B의 그것은 그게 안 보여.
뭔가 의지가 있고 능동적으로 움직이긴 하는데,
그 근원이 되는 마음이 전혀 없어.
B에게서 나올 때도, 다시 돌아갈 때도, 우물에서 나온 것과 싸울 때조차
전혀.
보통 귀신이라고 하기엔, 있을 수 없는 일이지."
+뭔가 A 이 분, 멋있다... 그대의 담담함....
네이트 판에서 인기 끌었던 작가 분들의 전형적인 영감있는 친구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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